제14회 한국번역문학상 수상 박찬기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제 「펜·클럽」한국본부가 시상하는 금년도 제14회 한국번역문학상수상자로 결정된 박찬기 교수(상)는 독문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독문학계의 「베테랑」. 서울대문리대독문과를 졸업하고 55년부터 서울대·이대·외국어대 등 여러 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면서 59년 「S·츠바이크」의 『미지의 여인의 편지』를 첫 번째 소개한 이래 박 교수는 20여편의 독문학작품을 번역, 독문학의 국내소개에 앞장서 왔다.
「G·하우프트만」의 『해뜨기 전』으로 상을 타게된 박 교수는 이 상이 『좀더 의욕을 가지고 더욱 좋은 작품을 번역하라는 채찍질로 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러나 『번역문학』에 대한 당국의 보다 깊은 이해와 배려가 아쉽다』고 말한다.
『가령 당국이 우리전통문화의 진홍을 위해 문예중흥5개년 계획을 마련하고있지만 전통문화진흥과 외래문화의 무조건 배격을 상통하는 것으로 본다면 이것은 커다란 잘못』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전통문화의 진홍을 위해서는 외국문화를 솔직하게 수용하는 태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0여년에 걸친 번역문학활동 중 「G·하우프트만」의 『기독광』이 번역 때 가장 어려움을 느꼈다는 박 교수는 외국문학작품을 번역하는데 있어서 원작에 충실하는 경우와, 다소 의역하더라도 우리 체질에 알맞게 번역하는 두 가지 자세가 있을 수 있으나 자기는 전자에 속하는 번역태도를 가지고있다고 말한다. 박 교수에 의하면 이들 양자가 서로 일장일단을 가지고있으나 자기생각으로는 정확하게 번역하는 것이 번역문학가의 1차적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원고지 1장에 불과 몇10원밖에 안되는 이런 현실아래서 좋은 문학작품이 번역 소개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가령 「헤르만·헤센」의 『싯달다』같은 작품은 10여종이 번역돼 나왔는데 하나씩 훑어보니 제대로 번역된 것은 하나도 없더군요.』
현재 우리 나라의 현대시를 독어로 번역, 곧 독일에서 출판할 계획이라는 박 교수는 번역작품의 저질화는 정책으로써 방지되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려대교수로 재직 중. 시상식은 15일 하오 4시 「유네스코」회관7층 회의실에서 있을 예정이다. <정규웅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