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된 빙상판 … 올림픽 코앞인데 파벌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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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장명희 회장

소치 겨울올림픽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빙상계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장명희(82) 아시아빙상경기연맹(ASU) 회장을 비롯한 빙상계 원로 6명은 14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김재열) 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장 회장은 “메달만큼 중요한 게 도덕성인데 빙상 선배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 그래도 소치에서 후배들이 닦은 실력을 발휘하려면 잘못된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빙상연맹은 쇼트트랙 대표팀 A코치를 지난 9일 태릉선수촌에서 일시 퇴촌시켰다. A코치는 한국체대 코치였던 2012년 여름,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지난해 쇼트트랙 대표팀 장비 담당 코치에 선임된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학교 출신인 연맹 고위 관계자 B교수가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대해 장 회장은 “연맹 집행부에서 특정 인물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자신의 추종 세력에 대해서는 잘못된 행위라도 용서해 주고, 눈 밖에 나면 불이익을 준다”면서 B교수를 질타했다.

 장 회장은 “쇼트트랙 승부담합(짬짜미) 파문에 연관돼 B교수가 연맹 전무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곧바로 기획담당 부회장에 선임됐다”며 “대표선수 발탁, 대회 출전도 B교수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쇼트트랙 코치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상벌위원회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B교수 측 인사들이다. 회의를 백 번 해봐야 소용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리를 함께한 원로들은 “빙상계가 소통이 되지 않는다. 연맹은 편가르기를 중단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빙상연맹 관계자는 “짬짜미 파문 등의 내용들은 이미 과거에 나온 사안들이고 연맹이 문제해결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또한 원로들이 제기한 B교수 문제 중에 일부는 법적으로 무혐의가 밝혀졌다”며 “성추행 의혹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 중이다. 원로들이 주장한 (상벌위원회를 열어도 소용없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연맹 행정에 문제가 있다면 (기자회견을 할 것이 아니라) 연맹에 직접 문제 제기를 하라”고 덧붙였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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