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한꺼번에 타계 중졸 앞두고 절망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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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학교 3학년생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아버지가 앓으시다가 그해 5월18일 세상을 떠나시면서 집안형편이 쪼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10월에 들면서 어머니마저 앓기 시작, 과로에 지친 어머니가 10월26일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의 일이 옵니까. 그러나 저는 눈물이 채 마르기 전에 다시 지게를 지고 나섰습니다. 한 손에 가방을 들고 고기 장사를 겸한 학업을 계속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1학기 때부터 조금씩 밀려오던 수업료 학비가 계속 밀리게 됐습니다. 고기도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컴컴한 호롱불 밑에서 저녁도 못 먹고 기다리다 지친 동생들이 잠에 떨어져있기 일수, 그때마다 눈물로 앞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졸업을 지금 와서 그만두기에는 그 동안의 고생이 너무나 헛될 것 같습니다. 염치없는 소리인줄 압니다만 못난 한 소년의 호소를 가엾게 여기시고 부모님 같은 따뜻한 손길을 펴주실 분은 없겠습니까. <전남 고흥군 점암면 점암중앙중학교 강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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