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오디션 붙으려면 폭 넓은 인맥관리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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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현

1932년 창단한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게오르그 솔티 경과 쿠르트 마주어 등이 지휘봉을 잡았던 영국 대표 교향악단이다. 지난해 제1바이올린 넘버5 부수석 자리에 입단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현(28)씨는 프랑스 유학파로 파리음악원에서 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냈고 유럽 전역의 음악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한국에서 공부하며 유럽 오케스트라 진출을 꿈꾸는 후배 연주자들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오디션 과정이 까다롭다는데.

 “오디션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서류심사가 1차 관문이다. 다른 오케스트라들처럼 오디션 당일 날 한번 실연 잘해서 뽑히는 게 아니다. 일종의 수습 단원(Trialist)이 되면 매번 함께 연주하면서 호흡도 맞춰보고 음악적 견해도 나눠본 뒤 성격이나 행동도 따져가면서 선발한다. 한 명씩 탈락하는데 정 단원 투표로 결정된다.”

 -연주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도 점수 반영이 된다는 이야기인가.

 “한국에서는 대체로 명문 음악학교를 나오고 유명 콩쿠르에서 입상하면 세계 무대에 바로 설 수 있다고 착각한다. 유럽은 음악 사회가 넓고 두텁다. 좋은 의미에서 네트워킹이 필수다. 프로가 되려면 사람을 알아야 한다. 모두가 가족이나 다름없는 분위기에서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기에 거기 일원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분투하고 있는 후배들이 유념했으면 하는 부분은.

 “오케스트라가 더욱 발전하고 교향악단에 대한 인식이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개인기만 칭찬하고 합주 형식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한 교육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독주자로서의 훈련뿐만 아니라 교향악단 연주자로서의 커리큘럼도 더욱 세분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악은 나누는 마음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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