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주의로는 넘기 어려운 유류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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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류파동이 구체화됨에 따라서 주요 산업의 가동률 저하와 생산 제한이 불가피해 지고 있으며 수송면에서도 벌써 많은 타격을 입고 있다.
유류파동이 지금으로서는 언제 해소될 것인지 예측을 불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장기화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모든 정책을 시급히 조정해야 하겠다.
파동이 예상외로 빨리 해소된다면 그때 가서 다시 조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은 파동이 장기화한다는 전제하에 제반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경제상의 혼란을 완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 동안의 관례는 국제적인 위격 요인이 있어도 일단 이를 무시하고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 그에 따른 모순을 적당히 넘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유류파동만은 그러한 관례를 따를 수 없는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적당주의로 견뎌 내려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종래와 같이 적당 주의로 넘어가다 가는 큰 혼란을 면하기 어려울 것임을 솔직하게 인정하여야 하겠다.
우선 중화학공업개발을 위한 고율투자 정책은 일단 연기하고 사태를 관망하는 신중성을 잃지 말아야 하겠다. 「에너지」집중형이고 자원 다소비형인 중화학공업을 이 시점에서 국제 환경 변화와는 관계없이 저돌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지나친 모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사태의 호전이 있을 때까지 이를 연기시킴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겠다는 자세가 아쉽다.
다음으로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와 같은 고율의 수출 경기와 그에 따른 고율 성장을 전제로 해서 조세 수입을 추징했고 투자 확대를 기본으로 하는 세출 예산을 편성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국제 경제 전망이 급변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여건은 생산의 급속한 신장을 기대할 수 없는 애로 속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제출 한 74년도 예산안은 새로운 정세 변화에 즉응해서 축소 조정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유류파동 때문에 74년도 GNP 성장율이 「제로」 또는 「마이너스」로 반전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공식화되고 있는 것을 구태여 우리가 참고하지 않더라도 「에너지」공급 축소가 GNP성장에 결정적인 충격을 줄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고율 성장을 전제로 한 74년도 예산안은 전제가 뒤바뀐 이 싯점에서 근본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유류파동이 해소되어 기존 방침이 허용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 때 가서 추가 예산을 짜는 한이 있더라도 잘못된 전제로 짜인 현재의 예산안은 일단 조정되어야 함이 순리일 것이다.
끝으로 새로운 형태는 물량 공급의 상대적 축소를 불가피하게 하여 물가 상승 요인을 가중시키는 것이므로 당연히 재정 금융 정책도 조정되어야 한다. 해마다 40% 이상의 통화율을 증가시키고 있는 지금의 통화 금융 정책은 유류파동으로 오는 「인플레」요인과 결합되어 물가 정세를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그러므로 유류파동으로 오는 물가요인은 물가공급 축소 가능성에 비례해서 통화 공급율을 축소시켜야만 물가 요인의 상승 작용을 단절할 수 있다.
요컨대 유류파동은 경제 정책 기조의 조정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할 때 불안의 도는 가속적으로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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