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 현실화의 출발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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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의 이중 가격제 폐지는 금가 현실화의 첫 출발 신호다. 금의 이중 가격제는 금 값 파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68년 3월 워싱턴에서 미·영·불·서독·「이탈리아」·「스위스」·「벨기에」 등 7개국간에 합의된 금가 안정책으로서 그 주요 내용은 ① 금 1「온스」 당 35 「달러」의 공정가격 유지 ②금 「풀」에 의한 민간시장에의 금 공급정지 ③이에 위반하는 당국엔 금 태환 중단 ④민간시장으로부터의 금 매입정지 등이다. 이외에 「워싱턴」 회의에선 미·영 양국의 국제수지 개선 노력, 금융질서와 외환안정을 위한 국제적 협력 등도 합의되었다.
당시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로 「달러」 시세가 저락되어 「달러」 투매, 금 매입 사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미 등 7개국이 금의 이중 가격제를 채택했던 것이다.
즉 금이 자유시장에서 얼마로 거래되든 간에 중앙은행간의 결제엔 공정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국제수지 적자의 누적으로 71년 8월 금 태환을 정지한 이후 이중 가격제는 사실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 「달러의 평가절하로 공정 금가도 당초 35 「달러」에서 42·22 「달러」로 인상되었다.
금가 문제는 달러의 금 태환 정지와 더불어 국제통화체제 개혁의 한 쟁점이 되어왔다.
하지만 금년 들어 미국의 국제수지가 호전되고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금 투기를 우려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금가 안정을 위한 이중 가격제의 존재도 의의가 상실되어 이번 미국의 주도로 그것이 실현된 것이다.
또 금가 현실화에 따른 이익도 최대 금 보유국인 미국에 가장 많이 돌아간다.
이중 가격제의 폐지는 중앙은행간의 거래에 있어서도 시장가격을 채택한다는 가능성을 열어 논 것으로서 미국이 그 동안 주장해온 「금폐화」와도 상통되는 것이다 앞으로 각국은 공적 보유 금을 자유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당분간은 금 매각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금 이중 가격제 폐지에 영향되어 세계 주요 금시장에서 금값이 계속 하락세에 있는데 14일 런던 시장에선 「온스」 당 86 「달러」로서 폐지 발표전보다 약 20 「달러」가 떨어졌다.<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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