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필종부는 만인에 공통한 철칙?|앤 공주 시집가면 남편에 복종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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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주가 시집을 가면 남편에게 복종할 것이라 한다더라…. 며칠 전「런던」신문들이 대문짝만하게 내건「앤」공주 결혼관계기사의 표제다.
부창이면 부수라듯이 새색시가 출가하여 남편에게 복종하겠다고 선서하기로 했기로서니 그게 뭐 새삼스런 일이라고 이렇게 법석들이냐고도 할법하지만 사연인즉 그럴법 하기도 한 모양이다.
그럴 것이 계급으로 따지자면 신부 쪽이 신랑 쪽보다도 까마득하게 위에 있다.「앤」공주는 자그마치 여왕폐하의 맏따님인데「필립」대위는 돼지고기「소시지」업으로 돈 깨나 모은 집안이지만 그저 평민집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
집안 족보는 그만두고라도 두 연인의 계급만을 따져도 엄청나다.
「필립」은 육군중위, 결혼 뒤에 1계급 특진시켜줘 봤자 대위인데「앤」공주는 당당 육군대령의 계급을 가지고 계시다.
그러니까 대령님이 대위에게 죽을 때까지 복종하겠노라고 맹세하게 됐으니「뉴스」거리가 될법하긴 하다.
뿐만 아니다.「앤」공주는 소문대로라면 유명한 말괄량이 아가씨다.「유럽」마술 대회에서 1등을 한일이 있는 손꼽히는「스포츠·우먼」이다.「필립」대위와의 사이도 영국 신문의 표현을 빌면『말 잔등에서 이루어진「로맨스」』다.
「앤」공주는 말도 잘 타지만「말발」도 어지간히 세다. 미국 하원의장「할아버지」가 사진기자들을 위해 말을 잠깐 끼려다가『이거 왜 이러슈』라고 퇴짜를 놓아 무안을 당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얘기다.
「스포츠·카」를 번개처럼 과속으로 몰다가 경찰에 걸린 기록도 두 번이나 된다. 바로 이런「앤」공주가 남편이 하라는대로 하겠다고 나섰으니 점잖디 점잖은 영국신문 기자들이 흥분하게 된 것은 무리도 아니겠다.
더우기「복종」이라는 말이 들어있는 1662년식의 선서대신「복종」이란 말이 싹 빠져버린 1928년식을 써도 괜찮을 판에 굳이 3백년전 식대로 하자고 나섰으니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결국 남의 일인데다가 실제 살림을 차려놓고 그렇게할지 안할지 누가 보증하는것도 아닌 판인데「복종」하겠다 해서 떠들건 뭐냐는 심사다.
기자들이 이렇게 떠드는데 다른 뜻이 있으렷다-『자, 공주님도 이러신다는데 대관절 제까짓 것들이 뭐라고…. 』전국의 여편네들, 특히「우먼·리브」(여성해방)니 어쩌니 하고 들먹이는 여성들에게『고것 봐라!』라는 듯 말이다.<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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