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뿌리깊은 남아 존중사상|한국 심리학회 월례회서 차재호 박사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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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들을 존중하는 사상은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적 전통의 가부장제 사회에선 당연한 결과로 이어져왔다. 즉 남아존중은 한가족의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었으며 나아가 근래에 와서는 이것이 가족구성, 즉 출산계획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학계의 중요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다음은 한국 행동 과학연구소의 차재호 박사(심리학)가 한국인의 남아존중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살핀 조사 분석 결과이다(한국 심리학회 발표회·9일 하오5시·서울대 문리대). 이 연구에서 차 박사는 역시 한국인의 남아존중 사장이 한 가족의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통계로 예시해 주고 있다.
한국인의 남아존중은 대체로 ①가족의 가치 면에서 ②이상적인 자녀수 ③자녀의 성 구성 ④가족 분포 상황 ⑤딸자식에 대한 태도 등 다섯 가지 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가족의 가치관 문제는 사회학적 연구로 밝혀진 바와 같이「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해서 낳겠다」는 생각을 가진 여성(부인)이 72년 조사에서 53%나 차지할 정도로 남아존중의 뚜렷한 일면을 보여준다.
이 비율에는 도시와 농촌이 차이를 보이는데 도시가 29%·농촌이 73%로 나타났다.「아들이 없더라도 딸 3명을 가진 뒤 그만 낳겠다」는 여성은 26%뿐으로(서울 45%·농촌 26%) 이것을 뒷받침해 준다. 이렇게 아들에게 중요한 가치를 두고있는 이유로 노후의 의지나 가계계승을 많이 들고 있는데 특히 부인들이 남자보다 더 남아존중에 가치를 두고있는 점이 주목된다.
한국인의 이상 자녀수는 아들 쪽이 언제나 많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즉 1958년에는 이상적인 아들수가 2.7명에 딸은 1.7명이었으나 72년 조사에서는 아들 1.5명에 딸 1.2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72년 조사는 남녀 학생들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71년 전국의 부인들을 상대로 한 것은 이상적인 아들 수 2.2명에 딸 1.5명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성 구성은 가족계획 상황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역시 아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아들만 3명인 부인 중에서 48%가 피임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반하여 딸만 3명을 낳은 부인 중에선 피임을 하는 여성이 14%뿐으로, 즉 딸의 수는 가족계획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곧 부모들의 행동(피임 등)뿐만 아니라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의사에도 강하게 나타난다.
가족분포에서 볼 때 일반적으로『아들만 가진 가족』과『딸만 가진 가족』이 나올 확률은 같은데 결과적으로 한국의 가족에서는 아들만 가진 가족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속 딸만 가진 집들은 그중 얼마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계속하다가 아들을 보고 난 다음 그만 낳게 되므로 딸만의 가족군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인 것이다.
또 한편 가정 안에서 딸에 대한 태도의 일면으로 이름 붙이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딸만 연달아 낳는 집안에서 딸에게 아들 이름을 지어 준다거나 더 이상 딸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넣어 줌으로써 남아존중은 물론 상대적으로 딸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름을 잘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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