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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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국의 「보이·스카웃」교본을 보면 『「사커」엔 천국의 길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축구는 체력·지력·기력을 필요로 하는 협동과 단결의 「게임」이다. 우리의 일상 생활도 그런 정신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교훈이다.
축구는 영어의 「풋볼」을 직역한 말이다. 그러나 「풋볼」은 「럭비」와 혼동되기 쉬워 「사커」라는 말을 흔히 쓴다. 「사커」는 sock라는 영어에서 유래한다. 『힘껏 친다』(강타) 는 뜻이다.
「사커」는 그 원어처럼 상당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다. 90분 동안이나 넓은 경기장을 종횡으로 뛰어 다녀야 한다. 하지만 체력만으로는 경기를 지탱할 수 없다. 용감과 세심, 과학성과 위험심의 조화가 자유자재로 구사되어야한다. 「볼」은 마치 살아 있는 물체처럼 끊임없이 전황을 변화시키고 있다. 경기도 그 무상한 전황에 따라 인간의 모든 기량을 발휘하게 한다. 좋은 경기가 종합 예술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동양인은 전한 시대, 그러니까 BC 200년께부터 「골·슈팅」과 같은 경기를 즐겨왔다고 한다. 영국 축구협회가 간행한 『축구협회 사』에 이와 같은 유래가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중국의 황제시대에도 이미 일종의 구기가 있었다는 기록을 보여준다. 축구는 반만년의 역사를 갖는 셈이다. 역시 서양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에피스키로스」, 고대 「로마」의 「하르파스툼」등 구기를 볼 수 있다.
「시저」의 원정은 이런 경기를 동서에 넓게 퍼뜨리는데 큰 구실을 했다고 전한다.
우리 나라에도 오늘날의 축구와 비슷한 공차기 유기가 삼국시대부터 있었다. 그 당시엔 가축의 피대에 바람을 불어넣어 축국, 또는 농주의 이름으로 구희를 즐겼다.
근세엔 1905년 외국어 학교의 외국인 교사들에 의해 개화된 축구가 소개되었다. 축구 「팀」의 효시는 1906년 3윌11일 궁내부 예식원 주사인 현양운 등 30여 인의 대한 체육구락부 조직과 함께 시작되었다.
근년엔 국제 「풋볼」연맹(FIFA) 이 주최하는 「월드·컵」대회로 축구가 세계적인 인기 종목으로 「클로즈업」되었다. 1969년 7월엔 70년 대회의 예선 경기를 하면서 『축구 전쟁』을 벌인 나라도 있었다. 「온두라스」대 「엘살바도르」의 예선전. 1차 전에선 「온두라스」승, 2차 전에선 「엘살바도르」승, 결승전에선 「엘살바도르」승. 결국 양국은 그 흥분을 가누지 못해 외교 단절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온두라스」는 그 분풀이로 「엘살바도르」를 공중폭격, 전쟁으로 확대되었었다.
요즘 우리의 축구 열은 좀 변태적인 것 같다. 세상사의 희로애락을 이런 「스포츠」에서나 찾으려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고소를 머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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