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근로청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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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5세∼25세까지의 우리나라 근로청소년들 중 많은 수가 교육부족과 자신들의 장래에 대한 회의로 크게 걱정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최근 중앙소년회관 상담실의 이정호씨와 김지환씨가 식료품·섬유 등 12개 부문의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청소년 4백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근로청소년의 문제』의 분석에서 밝혀진 것이다.
가정환경 때문에 대부분(66%이상)이 중졸이하의 학력을 갖고있는 이들 근로청소년들은 학교에 대한 강한 동경심을 갖고있다. 『직장에 다니면서 학과나 기술교육을 받고싶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58.8%이며『실력도 없고 기술도 없어 고민』이라는 수가 27%이다.
학교에 대한 동경심은『학교 다니는 애들을 보면 피하게 된다』는 응답(21%)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취미에 맞는 일을 하고 싶다』는 청소년들이 56%에 이르고 있어 이들이 현재의 직업에 불만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31%의 청소년들이 직업을 바꾸고자하며 40%가 현재의 직업이『장래성이 없는 것 같다』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앞으로 할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못하여『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26%가 걱정하며 28%가『앞일을 의논할 사람이 없다』고 고민한다.
교육부족과 장래에 대한 걱정 못지 않게 청소년들을 괴롭히는 문제는 근로조건의 부당성이다.
조사에 응한 근로 청소년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하루 10시간25분으로 근로가 얼마나 과중한가를 암시해준다.
그래서 35%가『나는 늘 피로하다』고 호소하며 41%가 스스로를 생각하고 즐길 여가가 없다고 말한다.
여가 시간도 없지만 사업장에 오락 시설이 없다고 43%가 지적하고 34%가 위생 시설이 되어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전보다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고 한 청소년이 24%나 되어 이들 건강에 대한 심각성도 드러나고 있다.
한편 월 평균수입은 1만4천원인데 1만원∼l만5천원을 받는 수가 57%로 반 이상을 차지한다. 31%가 가정에 대해 경제적인 책임을 지고있으며 31%가 수입이 너무 적다고 지적한다.
사업장에서의 원만치 못한 인간관계는 청소년들을 심리적으로 억압한다.
33.5%가『상사로부터 인격을 존중받고 싶다』고하며 35%가량이 동료간의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심리적으로도 청소년들은 심한 불안감을 갖고있음이 드러났다. 28%가량이 열등감을 늘 느끼며 24%가 늘 혼자 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는 청소년들이 부모와 여러 가지의 부조화를 보여주는데 반해 근로청소년들은 가족끼리 함께 즐길 기회가 없다는 반응만이 52%가량 나왔을 뿐이다.
『근로청소년들의 문제조사』결과를 발표한 중앙청소년회관 측은 이 문제는 계속 연구조사 되어야 하며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들은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개선해야하고 이들을 위한 교양 및 기술교육「프로그램」이 확충되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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