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쫓는 유엔기 곳곳에 펄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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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카이로 31일 주섭일특파원】「이집트」군 당국은 30일 상오9시에서 12시까지 「카이로」에 와 있는 70명의 외국 특파원들에게 「카이로」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11㎞쯤 떨어진 사관학교에 자리잡고 있는 「유엔」 비상군 방문을 알선했다.
「이집트」군 당국은 「유엔」비상군 취재를 알선하겠다고 집합시켰으나 막상 차편은 제공하지 않았다. 10㎞나 떨어진 사관 학교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70명의 기자들 사이에 때아닌 「택시」잡기 경쟁이 벌어졌다.
서울에서 연마한 솜씨로 재빨리 한 대를 잡았더니 『이건 전세계약이 되어 있다』고 한다.
같은 기자끼리니까 어떠랴 싶어 「로이터」 통신기자와 함께 우선 타고 보니까 뜻밖에도 전세를 낸 주인은 중공의 신화사 통신기자.
신화사통신기자는 본 기자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서울에서 왔다』니까 그 말에는 아무런 표정도 나타내지 않은 채 『취재하기가 참 어렵다』면서 은근히 동의를 구하는 눈치였다.
아마도 신화사 기자에게도 「시나이」 전선의 종군을 거부했던 모양이다.
그는 차가 사관학교에 닿을 때까지 한국이나 극동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집트」측은 「유엔」비상군의 한 소령에게 우리를 인도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인이었다.
그는 「유엔」 비상군이 3개 대대로서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인이 각각 1개 대대씩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대대와 「핀란드」대대는 이미 전선에 배치되었으므로 우리가 만난 것은 「오스트리아」인 대대 1백81명이었다.
그는 「오스트리아」부대도 멀지않아 출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목적지와 출발 일시는 군사비밀이므로 자기자신은 물론 대대장도 작전명령이 떨어질 때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엔」비상군의 보안조치는 철저한 것 같았다. 예컨대 우리의 안내를 맡은 소령은 자신의 이름조차 대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21개의 「텐트」를 쳐 놓은「유엔」 비상군의 숙영지에는 그런 대로 군 특유의 강건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커다란 적십자를 그려 놓은 이동병원이나 본부 「텐트」주변에서 한가롭게 노닥거리는 일부 병사들의 모습은 문자 그대로 「평화군」의 그것이었다.
병사들은 모두 쾌활한 표정들이고 분주한 모습으로 각자 맡은 일로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영내의 곳곳에 「유엔」기가 꽂혀 있는 것은 몰론 차량마다 「유엔」기 일색이다. 심지어 「텐트」앞에도 꽂혀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영내의 군데군데에는 탄약상자가 쌓여 있고 탄약상자 위에는 「유엔」표시가 뚜렷이 보인다.
본 기자는 여기서 파란색의 「베레」모를 쓴 대령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말을 건네 보니 뜻밖에 그는 「유엔」비상군의 부사령관 「케이스·호워드」.
몇 가지 의문나는 것도 있었던 차에 잘됐다 싶어 「유엔」비상군의 구체적인 임무 등을 물어 보았더니 그는 몹시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임무상 작전에 관한 것은 한마디도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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