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외교정책」-고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학술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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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련에 관련한 학술「세미나」는 우리에게 흔한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종주국인 소련의 존재는 한국의 장래와 밀접한 것이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26일 주최한 『소련의 외교정책』을 주제로 한 학술 「세미나」는 그런 의미에서 학계에선 드문 모임이고 또 중요한 것이 있다.
구한말 제정 「러시아」의 한반도 진출이 우리와 관련을 갖게 되면서 대륙진출을 노리던 일본과 무력 충돌, 마침내 을사보호조약의 체결, 한·일 합방 등 민족의 비련을 가져왔던 점은 그리 오랜 것이 아니다.
제2차대전 종결과 함께 소련이 북한지역을 강점, 국토분단과 6·25의 비극을 가져왔던 것은 더욱 생생하다.
이제 다원화시대의 세계정세 속에서 소련의 대한 접근정책의 기조가 과연 무엇인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남북한의 긴장해소와 국토통 일 의 민족적 과업을 생각하면 소련에 대한 관심은 점차 증대돼야 마땅할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소련의 역사전통과 그들의 기본적 특성을 파악하는 작업은 무엇보다 앞서야겠다.
이인호 교수(고려대·소련사)는 이날 『「러시아」제국주의의 특징』을 논하면서 「러시아」의 제정과 「소비에트」의 공산 체제가 그 근본에 있어서 변질된 것이 아니고 『위장 제국주의 사상의 특색을 가진 점에 일치된다』고 했다.
제정시대 이래로 그들은 국가보전 정책을 견지해 왔으며 꾸준한 영토확장 정책을 추진했으며 선민사상에 기저를 둔 민족주의를 키워 왔다고 했다.
소련이 「프롤레타리아」국제주의를 주장하고 약소 민족의 해방에 후원자로서 자처하지만 그들의 근본정신 선민사상에 뿌리박은 국가보전정책은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김경원 교수(고려대·국제정치)는 또 『소련의 세계전략과 대한정책』을 설명, 이같은 입장에서 보면 소련의 현상동결정책지양의 커다란 국경 외교정책의 테두리에서 대한 정책도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당초 소련은 미국에 비해 호력이 미약해 그 상태에서 「현상동결」을 추진하려 하지 않았으나 이게 효력의 균등 하에서 현상을 동결함으로써 자기의 경제적 이득을 획득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련은 ①그 양식은 미지수이지만 현상을 동결하려 하며 ②미국과의 무역협정 등을 통해 경제력증강에 나서고 있으며 ③중공과 미국사이의 거리를 떼기 위한 노력을 하기 때문에 대한 정책도 이런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모임에선 중공이 공산 진영 안에서 크게 등장, 「프롤레타리아」 제국주의의 종주국으로서 소련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각 민족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더 나아가 이념투쟁보다는 촌락지역국가(미개발국)와 도시지역국가(서양형 개발국가)의 대결을 강조하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의 정책 입안가들은 좀더 신경을 쓰게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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