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일본계 '위안부 기림비' 방해공작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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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일본 극우세력의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철거 운동`이 집요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9일, 글렌데일 시청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마지막 공청회를 찾아와 거세게 항의한 일본계 주민 80여 명의 모습. 김상진 기자

글렌데일에 이어 부에나파크에서도 위안부 기림비 설치가 추진중인 가운데 일본계의 방해 공작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4일 열리는 부에나파크 시의회의 '미주 한인의 날' 선포식에도 대거 참석해 반대 목소리를 낼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에나파크 시의회는 이날 2014년 첫 정기회의에서 올해로 네 번째인 '미주 한인의 날' 선포 행사를 열 예정이다.

밀러 오 부에나파크 시장은 "지난해 8월 부에나파크 시의회 정기회의에서 위안부 기림비 설치 안건이 부결된 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첫 정기회의에 일본계 주민들이 대거 참석하겠다는 요청해 왔다"며 "정기회의 자체가 주민에게 공개된 행사고 누구나 발언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을만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계 주민들은 형식적으로는 지난해 위안부 기림비 설치 안건이 부결된 데 대한 감사의 뜻을 밝힐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앞으로도 이 안건에 대한 반대 운동을 계속 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는 것이 오 시장의 설명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한인들은 "이날은 미주 한인 이민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하겠다는 것은 한인사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일본 커뮤니티는 부에나파크 시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공세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 시장은 "지금까지 일본 커뮤니티로부터 받은 이메일이 1000통에 가깝다"며 "심지어는 일본의 의원들도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한인 커뮤니티로부터는 이와 관련한 연락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한국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시의원들은 위안부 기림비 설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소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한국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두 커뮤니티가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이니 괜히 관여해 시끄러운 상황에 처하길 원치 않기 마련"이라며 "더욱이 정작 위안부 기림비 설치를 제안한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별 움직임이 없어 개인적으로 나서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가주한미포럼의 윤석원 대표도 "부에나파크 시의원들을 만나 봤지만 위안부 기림비 설치 문제를 한일 간의 문제로만 보고 있을 뿐 인권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소녀상 지킴이 서명독려
SNS 신문 광고 동원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철거 백악관 청원운동 참여자가 12만 명을 넘어서면서 한인사회에선 '강·온' 대응전략이 마련되고 있다.

8일 오후 5시 기준,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은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 철거 서명운동에 총 12만1337명, 뉴욕 낫소 카운티 아이젠하워 파크의 기림비를 없애자는 청원엔 총 5만1659명이 서명을 마쳤다고 밝혔다. 글렌데일 소녀상의 경우, 백악관의 입장을 듣기 위한 서명인원 10만 명을 넘긴 상태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위 더 피플엔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S.H.라 밝힌 작성자는 "소녀상 철거를 원하는 서명자가 10만 명을 넘었다고 들었다"며 "소녀상은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 끌려간 성 노예 피해자들을 기리는 상징이다. 역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서명운동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이는 '소녀상이 평화를 가장해 일본과 일본인 혐오의 선동도구에 불과하다'며 철거 청원을 올린 T.M.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현재 '소녀상 지킴이' 청원엔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총 5만5105명이 참여해 마감일인 2월3일까진 거뜬히 1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소녀상 지킴이 서명운동을 독려하기 위한 신문 광고도 나왔다.

'친애하는 재미동포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이 전면 광고는 한국어와 영어로 서명운동 참여방법과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고를 제작한 조경구(61) 신경내과 전문의는 8일 "어떤 고마운 분이 백악관에 소녀상을 지키자는 청원을 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소녀상이 철거되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이왕이면 한인들이 단합해 소녀상 지킴이 서명자가 10만 명을 훌쩍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녀상에는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 인권, 그리고 '더 이상 전쟁을 하지 말자'는 숭고한 가치가 녹아있다. 일본을 벌하기 위한 조각상이 아니라, 일본과 함께 더 나은 세계를 만들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소녀상 설립을 주도했던 가주한미포럼(대표 윤석원)은 "직접적인 맞대응보다 글렌데일 시 의원들에게 감사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더 나은 대응"이라고 말했다.

포럼에 따르면 글렌데일 시는 "소녀상 철거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백악관도 "거리 이름이나 공원 내 조형물은 시 정부의 관할이지 연방정부에선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구혜영·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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