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코앞인데 … 대구 임금체불 근로자 2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사장이 임금을 주지 않고 버티다 끝내 주먹까지 휘둘렀습니다.”

 지난 8일 대구 수성경찰서 형사계에서 조사를 받던 회사원 김모(40)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의 중소업체 직원인 그는 최근 회사 사장 이모(56)씨를 연장근무수당 체불 혐의로 대구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이날 김씨와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고소 사실에 화가 난 사장이 주먹으로 김씨의 얼굴을 때린 것이다. 임금체불은 결국 형사사건으로 번져 이씨는 폭력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가구납품업을 하는 이모(48)씨는 지난 7일 대구 율하동의 한 아파트 9층 난간에서 “건설사가 납품 대금을 주지 않는다. 밀린 돈을 달라”고 소리치며 자살 소동을 벌였다. 이씨는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의 설득으로 한 시간 뒤 아파트에서 내려왔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오는 31일)을 앞두고 임금이나 납품 대금 체불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9일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대구의 임금 체불 근로자는 1만9477명(2013년 11월 말 기준)에 이른다. 전년 같은 시기(1만6715명)보다 16.5% 늘었다. 체불액은 633억1900만원(사업장 7966곳)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청이 체불 근로자 돕기에 나섰다. 체불 임금 청산 지원 전담반을 구성해 연휴 시작 전인 29일까지 활동한다. 전담반은 9일부터 체불 사업장을 방문해 임금 지급을 독려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체불 사업주와 근로자에겐 대출도 해준다. 사업주가 고용노동청에 신청하면 업체별로 체불 청산 자금 100만~500만원을, 1개월 이상 체불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는 최대 1000만원까지(연리 3.0%) 생계비를 대출받을 수 있다. 문의 053-667-6210.

김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