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 …" 동교동계 "눈앞 캄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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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송금 특검법 공포 담화 발표를 동교동 자택에서 TV로 지켜봤다고 한다.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이었고, 이따금 지그시 눈을 감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배석했던 비서는 전했다.

김한정(金漢正)비서관은 "지금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지 않으냐"고 말을 아꼈다. 金전대통령의 심기를 묻는 질문엔 "의연하시다"고만 말했다.

특검법이 공포 쪽으로 결말나자 DJ와 동교동계는 직접적 반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내심으론 당혹하는 빛이 역력하다.

담화 발표 전만 해도 동교동계 의원들 사이에선 거부권 행사 전망이 우세했다. "수정안을 마련해 야당과 협상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盧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충분한 명분을 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예측과는 1백80도 다른 방향으로 결정이 난 것이다.

한화갑(韓和甲)전 대표는 "할 말은 많지만 말하지 않겠다"고 했고, 최재승(崔在昇)의원은 보좌진을 통해 "벌어진 입이 닫혀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金전대통령의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은 지역구인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는 비서의 보고를 받고는 "허,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특검 반대를 외쳤던 정균환(鄭均桓)총무 역시 담화내용을 보고받고는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박양수(朴洋洙)의원은 "이럴 수 있느냐. 눈앞이 캄캄하다"며 "햇볕정책을 훼손하면 지역.계층 갈등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설훈(薛勳)의원은 "어떻게 일을 그렇게 처리할 수 있느냐"면서 "의원총회 결의와 다른 결정을 하려면 의총은 뭐하러 열었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송금 문제 당사자인 박지원(朴智元)전 비서실장과 임동원(林東源)전 특보는 휴대전화를 꺼놓은 채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했다. "퇴임하면 매일 동교동 사저를 찾아 金전대통령의 심부름을 하겠다"던 朴전실장은 2~3일에 한번꼴로 동교동 사저를 찾고 있지만 金전대통령은 '가급적 오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朴전실장은 특검이 실시될 경우를 대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민.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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