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여자육상심판|서울 계성여고교사 김효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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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체전취재반>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육상심판이 54회 체전에서 탄생했다. 3만 관중이 지켜보는 육상경기장의 필드에 육상심판의 홍)점인 김효자씨(38)가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예리한 판단력을 과시하고 있다.
서울계성여고 체육교사이자 두 아들의 어머니이기도 한 이 홍일점은 이번으로 심판의 첫 등장이면서도 흥미롭다는 듯한 관중들의 시선을 잘 소화시켜 가며 투척 3종목의 동작판정과 계측에 여념이 없다.
지난52년부터 7년간 우리나라 여자투원반의 제1인자였던 이 여자심판은 신장 1백72㎝에 체중이 63㎏을 넘는 여장부. 그러나 필드에 첫 발을 디딘 13일은 무척 가슴이 떨렸다면서도 이제는 자신만만 이라고-.
「배드민턴」·체조 등 몇몇 종목에선 여자심판의 발굴이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나 3만 관중의 시선을 받아야하는 애로 때문에 희망자가 전혀 없었던 육상으로서는 김교사의 심판지망은 조그마한 혁신이 아닐 수 없다. 「스탠드」를 메운 관중들의 시선을 각오하면서 필드에 나선 필드의 홍일점은 전남광주출생으로 계성여고에 재학시엔 원반의 국가대표선수였고 포환과 창에서도 막강한 여자 투척의 제1인자. 그 후 서울대사대를 거쳐 모교인 계성여고에 재직하면서 육상과는 발길을 멀리했다.
그러나 멕시코·「뮌헨·올림픽」등 각종대회에서 여성심판이 대거 진출한 점에 착악한 육상경기연맹이 지난해부터 심판으로서 나와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육상의 첫 여성심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일단 금년부터 활약하겠다고 약속한 김심판은 작년 12월과 금년 5월에 각각 심판강습회에 참가하는 열의를 보인 끝에 부산에서 3만 관중의 앞에 나서게 된 것.
육상경기 첫날인 13일에는 투척경기의 기록과 계측이 고작이었으나 14일부터는 선수들이 던진 포환·창·원반을 되던지는 임무에까지 진출.
때로는 선수들이 던진 거리보다 더 많이 되돌려 던져 관중들로부터 더욱 인기인 김교사는 『역시 여자이기 때문에 심판에 대한 것보다 관중들에 대한 인식이 더 많다』고 서슴지 않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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