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D의 한국 경제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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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마다 내한하여 경제 동향을 평가하고 정부에 대하여 정책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IBRD(세계 은행)의 보고서는 대한 경제 협의체 (IECOK)의 기본 자료로 원용되기 때문에 매우 주목되는 것이다.
IBRD 보고서의 한국 경제를 평가함에 있어 국제 기관의 평가가 항상 그러하듯 개중에는 외교 사령적인 함축이 적지 않음을 무시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므로 정작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지적한 문제점들을 전체적인 관련에서 냉철히 분석 평가하여 검토를 가하는 일이다.
우선 IBRD는 물가 정책의 신축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물가 동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물가 동결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안정책이 되는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모순을 누적시켜 낭비와 비능률을 유발시킨다는 것은 다 아는 바와 같다. 그러므로 IBRD는 경직적인 동결 정책의 지속이 파생시킬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장기적인 모순의 축적을 방치하지 않도록 권고한 것으로 평가함이 옳다.
다음으로, IBRD는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동보고서가 한편에서 고도 성장 정책의 타당성을 인정한 부분과 반드시 조화되는 평가라고는 할 수 없다. 국내 저축률이 20% 수준에 있다고 하더라도 고율 투자·고도 성장 정책이 지속되는 한 초과 유동성 공급은 불가피하게 늘어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예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고 하면서 고도 성장 정책은 타당하다고 본 IBRD의 평가는 논리적으로 부제일 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근자의 유동성 증가가 물가 정세의 변화에 따른 대출 수요의 격증과 저축성 예금 구성비의 감소에 기인되는바 큰 것이라면 성장보다 안정을 우선시킨다는 가정이 있어야 유동성 흡수를 권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IBRD는 일반론으로서 고도 성장 정책의 타당성을 인정하나 단기 대책으로서는 안정 우선책을 권고한 것으로 평가함이 옳다.
끝으로 IBRD는 국제 수지 경상 적자가 당분간 확대될 것임을 예측하면서도 현재의 수출이윤이 최고 수준으로 올랐으므로 현행 수출 지원을 잠정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단기적으로 국제 수지를 주의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불안스럽다는 뜻이 되는데 수출 지원을 줄이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IBRD의 지적대로, 76년까지는 연간 외자가 15억 「달러」나 들어와야 한다면 투자 계획은 그에 상응하는 외자 도입 확정 없이는 집행되기 어렵다는 뜻이 되나, 이것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의해서 국제 수지를 관리하라고 권고했다면 이는 딴 각도에서 평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이번 IBRD의 한국 경제 평가 보고서는 명암간에 많은 함축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진의를 명백히 파악해서 우리가 꼭 유의해야할 참고 사항을 분명히 적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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