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삭제보다는 대결|28차 유엔 총회 한국 문제 토의의 향방|<유엔 본부=김영희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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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 문제 토의의 1년 연기설·의제로부터 삭제하기 위한 막후 절충설이 꾸준히 나돌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제에 대한 서방측안과 「알제리」안의 대결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곳의 지배적인 공기다.
다만 냉전시대의 유물인 한국 문제로 해서 「밀월 시대」를 깨뜨리고 싶지 않다는 강대국들의 「무드」 때문에 「토의는 하되 표결은 않는다」는 방식으로 한국 문제를 둘러싼 대결을 극소화하자는 움직임은 여전히 유력하다.

<연설만으로 끝날지도>
이러한 견해는 한국 문제를 두고 금년 총회에서는 표결을 하지 않고 남북 대표의 연설 정도로 끝내려는 강대국의 막후 절충이 있다는 추측에 근거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으로 연기 결정을 내리기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데다 김용식 외무장관이 지적했듯이 우선 북한이 한국 문제 토의의 연기나 철회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 26일 한국 문제 토의 연기 절충설을 쓴 AP기사가 불만이라해서 참사관 김중걸이 신화사 통신 기자를 앞세우고 AP지국을 찾아가 마구 소란을 피우기까지 했다.

<북한, 토론 강행을 주장>
26차 및 27차 총회에서 한국의 원천 봉쇄 작전에 고배를 들다가 28차 총회에서의 「업저버」 자격과 토론 참가를 한꺼번에 얻은 북한은 「유엔」 「데뷔」를 한바탕 「열변」으로 장식하고 싶은게 분명하다.
일부 국가들 특히 약소국가들은 1년에 한번씩 즐기는 국제 정치 「게임」을 몰수당하고 싶지 않아 하는 심리가 있다.
따라서 북한은 강대국들을 혐오하는 일부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을 앞세우고 토론 강행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에 대비하여 절충안으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이 남북한 대표를 초청하여 발언권을 주어서 각자의 주장만 들어주고 토론은 최소한으로 하고 표결은 피하자는 구상이다. 한국 문제의 제1위원회 토론 시기가 자꾸 뒤로 밀려 12윌 초에나 시작될 것 같다는 보도가 나도는 이유도 이 같은 토론 연기 움직임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결의안 총회 통과 힘들 듯>
한국 측 결의안이건, 공산 측 결의안이건 간에 단순 과반수로 족한 제1위원회에서는 채택돼도 총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연기론의 명분이다.
그렇게 되면 「유엔」은 한국 문제라는 냉전의 해묵은 쓰레기통을 놓고 결론 없는 결론만 벌인 꼴이 된다는 논리다.
「유엔」군 문제나 가입 문제 자체를 연기하거나 그것이 북한 반발로 어려우면 표결 없는 최소한의 토론만으로 그치자는 것이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에 따라 한국 대표단은 빠르면 10월 하순이나 11월초에 결정될 한국 문제 토의에서의 「대결」을 염두에 두고지지 국가 규합에 노력하고 있다.

<김 외무 활발한 움직임>
대결을 의식한 한국의 득표 전략은 비동맹 중립국 중 미국이나 일본의 눈치에 민감한 국가들에 집중되어 주 서독·「벨기에」·「페루」대사 등이 김용식 외무장관을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문제가 표결에 의하여 결정될 경우 남북한 어느 쪽이 유리할 것인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래도 미미하긴 하지만 지난번 「키신저」미 국무장관의 연설, 북한을 완전 묵살한 「그로미코」 소련 외상의 연설을 계기로 북한보다는 한국 측이 좀더 활기를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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