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출판문화협회가 제정한 73년도 모범 장서가상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주근식씨(55·전북 부안군 동진면 장발리)에게 돌아갔다.
교육이라고는 국민학교 교육밖에 받지 못한 그는 고등교육의 지식을 독서를 통해 얻으려고 노력했었다. 『남들같이 공부를 못해 본 것이 한이 되어』한 권 한 권 책을 사 보기 시작했다는 그의 장서는 이제 3천여 권.
시골에서는 1백권의 책을 갖기도 어려운데 3천권이라면 정말 대단한 장서라 할 수 있다. 또 그는 고전으로부터 문학·철학·종교·사회 과학분야 등 골고루 장서를 갖추었으며 특별히 동양학에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21세때 면서기로부터 출발한 주씨는 28년간 공직생활 끝에 부안 삼남 중학교 서무주임까지 지내고 7년 전 물러나 그후로는 농사와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그 동안의 공직생활은 남을 위한 일이었고 이제는 독서로 자신의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그는 독서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면서 독서는 생활의 기쁨과 지혜를 얻게 하고 사심 없는 몰아의 경지에 들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 동안 생활이 어려우면서도 돈만 생기면 책을 사모아 책밖에 모른다는 구박도 많이 받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시골에서 좋은 책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한다.
먼 전주 또는 1년에 한두 번 서울까지 와서 책을 사고 그렇지 않으면 신문광고를 보고 서울 사는 아들에게 부탁해서 구해보는데 기다리던 책이 도착할 때의 기쁨은 보물을 손에 쥔 것 같이 감격적이라고 했다.
자신이 공부를 못한 탓에 막내 동생과 네 아들을 모두 대학까지 마치게 했다는 그는 장서를 자손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책에「언덜라인」도 긋지 않는다는 애서가지만 귀중한 장서를 이웃 청년들에게 빌려주면서까지 마을의 독서운동도 벌이고 있다고-.
그는 또『요즘 젊은이들은 물질적인 양식만 구할 것이 아니라 영적인 양식을 구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것이 바로 독서의 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