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옥살이 7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전주】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마산교도소에 복역증인 곽순기씨(41·전북 임실군 임실면 현곡리270)가『나는 진범인 처남을 대리하여 지난 6년 2개월 동안 대리 복역했다』 고 폭로, 검찰이 재 수사에 나섰다.
전주지검 이정석 검사는 6일 하오 곽씨의 이 같은 자백에 따라 마산교도소 등에 출장수사, 곽씨의 처남 김완주씨(54·전북 임실면 이도리)가 지난 67년 7월 14일 임실면 현곡리에서 진시현(당시 29세)를 찔러 죽인 진범임을 밝혀 내 김씨를 살인죄로 구속했다.
곽씨가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은 67년 7월 14일 하오8시쯤 마을 앞 골짜기에서 처남 김씨와 죽은 진씨가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간 때부터였다.
곽씨가 현장에 갔을 때 진씨는 이미 처남 김씨의 칼에 맞아 신음하다가 곧 숨졌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곽씨는 자신이 김씨 대신에 옥살이를 할 것을 제의, 자신의 삼베바지와 김씨의 피묻은 군복과 바꿔 입고 곧장 전주로 나가 경찰에 자수했다는 것이다.
곽씨는 당시 자신이 뒤집어 쓴 이유는 동네 머슴으로 어렵게 살다가 부농인 김씨 집에 장가를 들어 처가의 경제적인 도움을 많이 받아 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는 생각이 든 데다 김씨가 곽씨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곽씨는 곧 경찰과 전주지검의 조사를 받은 뒤 구속 기소돼 67년 10월 4일 무기징역(구형 사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항소기각, 68년 2월27일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었다.
형이 확정된 곽씨는 전주·광주·대전·마산 등지의 교도소를 옮겨가며 줄곧 모범수로 복역했으나 마산교도소로 이감된 뒤부터는 자주 면회를 오던 처 김씨도 발길을 끊고 처가에 편지를 몇 차례 냈으나 회답조차 없더니 지난 5월 63세의 노모가 면회를 와『처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갔다』고 그간의 변화를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