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소 주택의 설계|건축가 공일곤씨의「어드바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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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기가 살집을 지으려면 물론 가족의 취미와 생활방식 등「분위기」에 중점을 두어야 하겠지만 그러나 어떻게 작은 공간을 요령 있게 쪼개어 답답하지 않은 집으로 만드느냐가 소 주택건축에선 특히 중요하다.
대지 50평 내외에서 부부와 자녀 2명 정도의 가족이 지낼 만한 집이라면 건평 20평 내외가 적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의 소 주택을 지으려 할 때는 무엇보다도 치밀한 설계가 요구된다.
소 주택의 설계에서 우선 생각해야 할 문제는 첫째 공간의 낭비를 막는 일이며 둘째 가족의 기능을 뚜렷이 하여 효율적인 생활공간이 되게 하는 일이다. 즉 한 가족의 전체적인 생활중심을 거실에 모으고 침실은 그 대신 좁게 하여 작은 집이지만 넓은 거실에서 불편 없이 지내게 해야 한다.
공간의 낭비를 막는데는 집 전체를 땅의 한쪽으로 붙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대문과 현관 등 2중의 통로가 오히려 좁은 공간의 낭비이므로 도로변에 바로 대문과 현관을 붙이도록 하면 좋다.
실내의 경우 방마다 반침을 두면 다른 가지를 들여놓을 필요 없이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옷장 겸 이불장으로 그리고 웬만한 짐들을 다 넣을 수 있게 넉넉하게 짜는 것이 편리하다.
거실은 서구적인 실내장식보다는 종래 우리의 안방 역할로서 쓸 수 있게 꼭 입식일 필요는 없다. 온돌식으로 해도 편하게 온 가족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이루도록 한다.
그림의 설계도는 둘 다 대지 50평 이하의 소 주택인데 될수록 마당을 넓게 하고 채광에 중점을 둔 것이다.
그림 A는 대지 50평에 건평 21평으로 이 집의 특징은 침실과 거실·부엌이 모두 남향인 것과 부엌 겸 식당에서 직접 마당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거실이 식당과 떨어져있어 독자적으로 집주인의 부속실로도 겸할 수 있게 되었다.
주인침실도 거실의 벽이 코너를 만들어 줌으로써 밝으면서도 상당히 아늑한 분위기를 낸다. 부엌 앞에「테라스」를 만들어 마당에서 식사를 하기 편하게 했으며 주부의 가사 실은 가정부 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부엌 옆 담 모퉁이에 공간을 두어 연탄이나 기타물건들을 쌓아 놓고 쓸 수 있게 했다.
그림 B는 지붕 선이 양쪽으로 경사지게 된 밝고 개방적인 특징을 지닌 설계다. 거실이 특히 넓고 식당을 겸하게 했으며 양쪽으로 유리문이 시원하게 되어 있어 채광이 좋다. 다른 방들은 모두 오밀조밀 각이진 형태이며 창가에 조그만 화단까지 꾸밀 수 있게 만들었다.「코너」를 살려 집안 분위기를「로맨틱」하게 꾸몄다. 마당 앞쪽으로 벽돌굴뚝을 세워 거실 벽난로를 장치할 수도 있다.
설계를 맡길 때는 주인의 뜻 대로를 고집하기보다는 미리 설계자의 취향을 알아보아 자신과 맞는 사람을 선택하며 전문가의 창의력을 살려 개성 있는 깁을 짓도록 한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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