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단기자금이 융통 거래되는 단자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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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령 계나 은행 적금이 끝나 목돈을 탔으나 당장 필요하지는 않고 한 3개월 후에 쓸데가 있을 때 이 목돈을 굴리는 방법은 없을까? 장사나 부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돈을 잘 굴리는 것도 훌륭한 돈벌이가 된다

<사채·예금의 중간>
종래엔 목돈이 있으면 회사사채로 넣어 월3∼4%의 이자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작년 8·3조처로 모든 사채가 동결되는 바람에 사채 늘이는 된서리를 맞았다. 물론 지금도 고리의 사채가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나 위험부담이 높기 때문에 사채 주는 것을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은행에 예금을 하면 금리도 낮고 또 예치기간이 길어 아무래도 미흡하다.
은행 정기예금은 최단기가 3개월이고 금리는 월 0·5%밖에 안 된다.
사채놀이와 은행예금의 중간쯤 되는 것이 바로 단자시장을 통한 자금 운용이다. 단자시장은 단기자금이 융통 거래되는 시장을 말하는 것으로서 현재 8개 단자회사가 이 업무를 하고 있다.
8개 단자회사는 서울에 있는 한국투자금융·한양투자금융·서울투자금융·동양 투자금융·대한투자금융·중앙투자 금융과 부산에 있는 부산투자금융, 대구에 있는 영남투자금융 등이다.

<어음기일은 90일>
단자회사는 어음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데 일반 투자자들은 단자회사에서 약속어음을 삼으로써 목돈을 활용할 수가 있다.
단자회사에서 파는 어음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단자회사가 적격이라고 판정한 일반기업의 어음이고 다른 하나는 자체어음이다.
일반기업 어음을 투자자들이 사두었다가 계약기간이 되면 이자를 붙여 현금으로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어음 기일은 90일 이내인데 이율은 기간에 따라 다르다.
즉 1∼29일이 월(30일 기준) 0·9%, 30∼59일이 1·175%, 60∼90일이 1·230%이다. 이것은 기업어음의 원리금 상환을 단자회사가 책임을 안 지는 무담보배서 어음의 경우이고 단자회사가 상환책임을 지는 배서 어음은 이율이 다소 낮아 1∼29일이 월0·750%(30일 기준), 3 0∼59일이 1·025%, 60∼90일 1·065%이다.
물론 원리금 상환을 단자회사에서 보증한 것이 튼튼하기는 하지만 단자회사에서 파는 기업어음이 부도가 날 염려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금리를 손해보고 배서어음을 살 필요는 없다.
이자율은 8개 단자 회사가 같은 율을 적용하고 있다.
단자회사와의 거래를 통한 이자소득에 대해선 은행예금과 마찬가지로 이자의 5%를 각종 배당소득세로 내야하며 이 갑배세의 5%가 주민세로 공제된다. 종합소득세는 과세되지 않는다.

<두 가지 구입방법>
어음을 살 때는 이자를 미리 공제하고 액면을 할인하여 사는 방법과 만기에 가서 이자를 붙이는 2가지 방법이 있다. 가령 30일 뒤에 찾을 1백만 원 짜리의 단자회사 어음을 살 경우 ①할인식은 99만3백81원(이자1만1백51원을 공제하고 갑배세 5백7원·주민세 25원을 가산)으로 살 수가 있고 ②부리식은 30일 뒤에 이자를 합쳐 1백만9천7백13 원(갑배세 5백12 원·주민세 25원·원천징수)을 찾을 수 있다.
무담보기업 어음은 이율이 다소 높아 30일 뒤에 찾을 1백만 원 짜리 기업 어음을 98만8천9백89원에 할인 매입할 수 있다.
기업어음은 단자회사가 그 기업의 재무상태·신용도 등을 조사하여 부도가 날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는 적격회사의 어음을 고객에게 알선하는데 1개 단자회사가 대개 1백여개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단자회사의 적격회사들은 국내 일류기업으로서 아직까지 매출된 어음이 부도난 적은 없다.
그러나 기업어음은 액면금액과 기간이 미리 정해져 있어 일반 투자자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기업어음은 단자회사가 갖고 있는 여러 종류 중 투자자가 가장 적합한 것을 고를 수밖에 없다.
단자회사의 자체 어음을 사면 이런 불편은 없어진다.
즉 단자회사는 투자자가 원하는 금액과 기간에 맞추어 어음을 발행해준다.
또 어음을 사고 나서 돈을 급히 쓸데가 생겼을 때는 어음 적기 전이라도 단자회사에 가서 다시 현금으로 바꿀 수가 있다. 이 뗀 물론 이자를 다소 손해봐야 한다.
단자회사 어음은 만기일이 되어 단자회사에서 직접 현금으로 찾을 수도 있고 또 거래은행에 바로 입금시킬 수도 있다.
단자회사를 통한 자금운용은 은행예금보다 유동성도 없고 금리도 높다. 그러나 어음은 액면1백만 원 짜리가 최저거래단위이므로 적어도 목돈이 1백만 원 이상 되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1백만 원 이상의 거래상한은 없다. <이만기·투공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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