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 「외유 발언」 9시간 격론의 쟁점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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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주말 신민당은 말썽 난 미국 발언을 따지는 정무위원 소속의원 연석회의를 했다.
회의 참석자 51명 중 24명이 발언에 나서 회의는 상오 10시부터 하오 7시까지 9시간 동안 계속됐다.
김현기·송원영 의원이 구속력도 없고 의결기관이 될 수 없는 연석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이의를 제기, 회의장은 처음부터 무거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문제 발언의 당사자인 정해영 의원이 사과 발언을 하고 이철승 의원은 와전임을 해명, 의원들의 태도도 한결 누그러져 특별한 사후 처리 대책 없이 성명 하나만으로 회의를 끝냈다.
발언을 옮겨 보면-.
▲정해영=진의는 안 그렇지만 나의 발언 내용이 와전돼서 일시적으로나마 당의 「이미지」를 나쁘게 반영시킨 데 대해 먼저 미안하게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발언하게 된 동기와 상황을 알면 오해가 좀 풀릴 줄 안다.
당시 모임에 나왔던 미국 교포들은 『야당 했으면 감옥에나 갈 일이지 「2·27선거」엔 왜 참여했느냐』는 등 가혹한 말들을 많이 해 야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자유의 제약이 있을망정 참아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었다.
어쨌든 「10·17」이후 한번도 저항 못한 신민당이 나의 발언을 계기로 당의「이미지」를 개선한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당이 어떤 처벌을 해도 감수하겠다.
▲고흥문=(유 총재가 방미 보고를 하라고 지명하자)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이미 보고를 했는데 또 하라는 것은 나도 말썽난 『의원 외교「팀」』에 넣어 도매금으로 취급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 나는 미 하원 초청으로 미국을 다녀왔을 뿐이다.
▲유치송=내가「멕시코」에 가게 된 것은 미국 가서 알았다. 전화라도 걸어 총재나 총무한테 허락을 받았어야 할텐데 그것을 못해 잘못된 것 같다.
▲이철승=나의 방미 성과는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의원 외교 아닌 야당 외교를 한 것이며 통일·안보·경제·외교 문제에 있어선 야당 외교는 바로 국가 외교와 상통한다고 믿는다.
내가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선의의 독재」는 한마디도 꺼낸 바 없는 얘기다. 누가 고의적으로 나를 중상·모략하기 위해서 퍼뜨린 것 같다.
당의 단결이 필요한 때 와전된 얘기로 분쟁을 일으키는 건 유감스런 일이다.
▲김수한=「미국 발언」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것은 당의 분쟁이 아니라 당의 발전을 위해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다. 얘기를 듣고 보니 정 의원에게 동정은 가나 국민이 많은 회의를 갖고 있으니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노승환 송원영 이중재 박일 의원 등=도대체 미국 하원 의장 초청 행사에만 참가했으면 그만이지 뭣 때문에 돌아다니며 당을 욕 먹였는지 모르겠다. 정 부총재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한 이상 빨리 결말을 짓고 선후책이나 세우자.
▲엄영달=선의의 독재라느니 하는 얘기는 나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전혀 없었다. 신문「고십」을 갖고 떠들썩할 것이 못된다.
▲정운갑=신문 「고십」때문이 아니라 사실 자체가 중대한 문제다. 정해영 부총재는 모름지기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 우리 당은 정강 정책에 어떤 독재와도 타협하지 않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박한상=미국 발언이 문제된 간부는 사표를 내고 의원 외교에 참여해서 말썽을 일으킨 의원들에겐 1년간 외유 정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
▲이충환=의원 외교 참여엔 분명히 잘못이 있다. 당으로서 해명 성명을 내자.
▲유진산 총재=정무회의서 참여 않기로 결의한 의원 외교에 참여한 사실과 정해영 부총재의 발언 내용은 심히 유감스럽다.
정 부총재는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 좋겠으며 여당이 주도하는 의원 외교에는 앞으로도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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