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의 비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시내 어디를 가나 하루가 다르게 새집이 들어선다. 아담한 서민주택에서 으리으리한 호화주택에까지 가지가지이다.
집의 크기나 들인 비용에는 물론 천양지차가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어느 집을 막론하고 서로 평행해야할 선들이 육안으로도 뚜렷이 분간할 수 있을 만큼 어긋나 있는 점이다.
예를 들면 1층과 2층을 구획하는 「콘크리트」층의 횡선·「슬라브」지붕의 횡선·창틀의 횡선, 담의 횡선들이 제각기 평행선이 아닌 교차선을 이루고있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평행선으로부터 그들 선의 어긋남은 5%를 넘지 않으리라. 나에게는 그 5% 미만의 불완전도가 몹시 아쉽게 여겨진다.
연구생활이란 출퇴근 시간에 묶일 수는 없는 직업이라서 큰마음 먹고 중고차를 사서 직접운전하고 다니는지가 이미 5년이 지났다. 돈벌이도 신통치 않은 물리학자가 명색이나마 자가용을 굴리니 주위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동료 또는 친구 되는 과학자로부터 빈번히 듣는 말이 있다. 『이 차로는 남산 길은 못 올라가겠지요?』『고속도로에서 「벤츠」와 충돌하면 납작하게 될 거요. 』 따위의 말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5%의 아쉬움」을 절감한다. 선진 외국의 경우라면 평범한 가정주부라도 말할 수 있는 『최대 몇 마력인가요?』『차체 중량과 최대 속도는 얼마인가요?』하는 질문이 왜 이들 친구에게서 들을 수 없는가 말이다. 막연한 질문에 「플러스」5%만 해주면 완벽하지 않겠는가?
우리 나라에 정밀기계 보세가공 공장을 가진 어느 외국인 투자가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가 있다. 우리 나라 기능공들은 충분한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95%의 기술을 구사하면서도 나머지 5%를 다 하지 않아 정밀한 고급제품을 생산하는데 큰 애로를 느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1백번 연마해야 할 것을 95번으로 그친다는 얘기다. 자기 능력을 다하여 정확과 완전을 기하겠다는 마음가짐에 불과 5%의 틈바구니가 가져오는 「마이너스」는 엄청난 것이다.
5%의, 부족은 우리에게 50%이상의 손해를 초래하지만 5%를 더한 1백5%는 우리에게 5백%이상의 수출신장과 5백%이상의 과학기술 진전을 가져오게 한다는 것을 나는 굳게 믿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