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 속의 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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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바캉스만개』 제하의 신문사진을 펼쳐본다. 연상은 내집 가난한 변기 속으로 이어진다. 벼락을 맞을 소리지만 그 비유가 실감나는걸 어쩌랴. 서울의 만원「버스」의 규환속에서는 차라리 숙연해지지만 이건 참으로 치사하지 않은가. 도식적인 「미디어」의 거대한 올가미의 조리개를 쥔 상술의 모습에서 현대의 운명을 느낀다. 유난스레 무덥기 만한 여름이다. 초석 깔고 삼베 말려 입고, 우물물에 발 담그고. 과하주 한잔에 유유자적하던 옛사람들의 술기가 그립기만 하다. 하지만 이를 어쩌랴. 이미 초석은 「비닐」 이요, 삼베는 「나일론」 이요, 우물물은 간데 없이 밍근한 수돗물이며 과하주 대신 합성주뿐이다. 에라! 모르겠다. 「비닐」 장판 위에 벌렁 누워 시궁창 같은 의식의 의식 속에서「카프카」의 변신으로 둔주하여 본다. <글·그림>김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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