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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폭행당해도 놀라지 않는 사회는 미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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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공일
본사 고문

새해를 맞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는 여러 가지 개인적인 소망과 함께 국가적 차원의 소망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2014년이 대한민국 발전사에 ‘한강의 기적’에 이어 품격 있는 ‘일류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범국민적 운동이 성공적으로 펼쳐진 원년으로 기록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대한민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에 이룩한 발전과 근대화는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특히 경제적인 발전상은 천지개벽(天地開闢)이나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자타가 인정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정치민주화와 함께 민주주의 체제도 확립했다. 대한민국은 국가발전에도 축지법(縮地法)과 같은 비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성공 사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경제에 관한 한 구제불능(basket case)으로 여겨지던 소득수준 100달러 미만의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불과 반세기 동안에 국민소득 2만5000달러 수준의 나라가 되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의 선진국들만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되었고, 1997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른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우리 국민 모두의 무한한 저력이 있었기에 이루어진 일들이다.

이러한 놀라운 저력을 가진 우리 국민 모두가 2014년 새해 아침에 긍정과 낙관, 그리고 다시 한 번 “해낼 수 있다”는 새로운 자신감으로 뭉쳐 대한민국을 품격 있는 일류선진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하는 일에 적극 동참할 결의를 다지게 되길 기대해 본다.

그럼 품격 있는 일류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한번 생각해 보자.

우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 국민 개개인이 공동체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질서·청결·정직·친절·양보 등 공중도덕을 지키는 일부터 해야 한다. 나보다 우리가 강조되던 우리 고유의 전통을 살려내야 한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헛된 옛말이 된 현실을 바로잡는 데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

정부(지방정부 포함) 차원에서 해야 할 일도 많다. 우선 경제정책은 양과 질이 조화 있게 어우러지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공정거래 체제의 강화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의 상생, 그리고 청소년과 노약자, 일반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특별한 배려와 사회안전망의 강화가 필수적인 것이다.

또한 차세대를 배려하는 국가재정 운영과 교육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제관계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국가위상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우리보다 뒤늦게 출발한 개도국과 신흥국을 배려하는 일들에 앞장서야 한다. 최근 들어 우리의 대개도국 공적원조의 증가속도는 크게 높아져 왔다. 그러나 아직도 그 수준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정부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공적원조 수준을 계속 늘려가야 한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은 입장을 고집하고 있는 것들은 하루속히 시정돼야 한다.

아직도 우리는 WTO 내에서의 개도국 지위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쌀 시장 개방 문제는 관세화 조치로 해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이 됐다고 스스로 자랑하는 나라가 말이다.

다행히도 지구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기후변화와 관련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일반 개도국 수준 이상으로 자발적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실천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다음으로 품위 있는 일류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현재 낮은 우리의 사회적 신뢰도 제고 노력을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법과 질서가 제대로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불법 시위나 농성은 물론이려니와 경찰관이 법집행하다 폭행당하고, 심지어 경찰서 안에서 술 취한 시민에게 폭행당해도 크게 놀라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 상호 간이나 국가에 대한 신뢰가 높을 수 없다. 국내 데모꾼들이 국내에서는 온갖 불법적 행위를 자행하다가도 해외에 나가서는 법과 질서에 순응하는 것을 보면 불법이 용납되는 우리 현실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의 일류선진사회에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아동성범죄나 학교 내 폭력, 그리고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는 음식물 관련 범죄마저 비교적 가볍게 다루어지는 것도 우리 사회의 미흡한 관심과 대응이 불러온 결과로 봐야 한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경제와 우리 사회의 하드웨어적 발전을 가져온 ‘한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소프트웨어적 선진화를 이룩해 품격 있는 일류선진국을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이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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