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넘은 로보카 폴리, 애니 한류 꿈은 아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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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엄준영 감독이 경찰차 폴리, 앰뷸런스 앰버, 소방차 로이 등 `로보카 폴리` 캐릭터 완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로이비주얼]

제2의 ‘뽀로로’로 불리며 캐릭터 한류를 이끌고 있는 ‘로보카 폴리’. 경찰차 폴리, 앰뷸런스 앰버 등 자동차 구조대가 주인공인 4~7세용 교육 애니메이션이다. 어린이들이 직면하는 여러 사고와 문제 현장에 구조대가 출동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관계맺기의 중요성,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가르친다.

2011년 EBS에서 첫 방송됐고, 프랑스(카날 플뤼)·일본(도쿄TV)·중국(CCTV)·러시아 등 전세계 54개국에 팔려나갔다. 캐릭터 완구도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만 500만개 이상 팔렸고 유럽 쪽 반응이 뜨겁다.

 ‘로보카 폴리’의 기획부터 제작을 총괄해 일명 ‘폴리 엄마’로 불리는 엄준영 총감독(38·로이비주얼 기획실장). 애니메이션 한류를 이끈 공으로 지난 12일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대통령 표창(해외진출유공포상)을 받았다. 11살, 8살 두 아들의 엄마인 그는 KBS ‘우비소년’(2005), EBS ‘치로와 친구들’(2010) 등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

 “저도 원래 자극적 취향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오타쿠였죠. 아이를 낳은 후 생각이 바뀌었어요.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고, 엄마가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만한 애니메이션이 별로 없더라구요. 당시 3살짜리 둘째 아들이 형 따라서, 폭력적이고 단순 선악구도를 주입하는 일본 전대물(특수촬영 액션물)에 열광하는 걸 보고 안되겠다 싶었어요.”

 2007년 ‘로보카 폴리’가 탄생한 배경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답게 재미와 교육적 메시지를 더했다. 선악의 단순 대비 대신 공존을 지향하는 ‘착한’ 애니메이션이다. “제 아이들도 어린이집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을 겪고 있더라고요. 어른들이 보기엔 하찮지만 아이들에게는 심각하죠. 아이들이 또래집단에서 겪는 관계맺기의 어려움을 ‘사고’ 상황으로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구조대원들을 영웅으로 풀어냈습니다.”

 기획 때부터 수출과 원소스멀티유즈를 염두에 둔 것도 큰 특징이다. “애니메이션은 필름수출이나 완구판매가 아니고서는 제작비 회수가 안되는 구조예요. 기획 때부터 수출은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완구 시장성은 얼마나 되는지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변신 영웅이되 트랜스포머와 달라야 했다.

“보통 변신 로봇은 부모들이 조립해주잖아요. 아이들도 직접 조립해서 그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는 4~7세 아이들도 너끈히 조립이 가능할 만큼 한 손에 잡히는 사이즈다. 힘 조절을 잘 못하는 아이들의 특성도 고려했다. 또 개발 단계부터 수출 가능한 나라들의 상표권, 언어와 문화차이 등까지 세심히 고려해 글로벌 기획의 모범사례로도 지목된다.

 “얼마 전 파리의 유명 장난감 매장에 갔는데 디즈니 캐릭터 바로 옆에 로보카 폴리 판매대가 있더군요. 사진을 찍으려다 매장 직원한테 제지당했는데 그것도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웃음)

 엄 감독은 대학(성균관대 가정관리학과) 때부터 워크샵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독학파다. 졸업 후 동호회 활동을 계속하다, 회원 중 일부와 함께 제작사(로이비주얼)를 차렸다. 회원들이 갹출한 돈으로 홍대앞 옥탑방에 5평짜리 방을 얻은 것이 회사의 출발이다. 취미를 직업과 창업으로 연결시킨 ‘문화창업’ 세대다. 회사 건물에 집을 얻어 살면서 모유 수유와 일을 병행하는 ‘악바리’로 살았다.

 시나리오, 녹음 과정까지 참여하는 그는 프리뷰 필름이 나오면 모든 캐릭터를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하고 성우에게 넘겨 정확한 연기 디렉션을 주고 있다.

“제 아이들이 첫 번째 시청자고, 아이디어의 원천이에요.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이야기 소재를 찾았고 아이들이 좀 자란 요즘은 아예 자문을 구합니다(웃음). 늘 바쁜 엄마였지만 좋은 선물이었다고 생각해요.”

 ‘로보카 폴리’는 뮤지컬, 테마파크 등 사업 영역을 넓혔다. 교통안전을 테마로 한 스페셜 편은 중국에서 방영돼 큰 호평을 받았고,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 홍보대사로도 위촉됐다. ‘로보카 폴리’는 내년 3월 EBS에서 시즌 3, 4를 선보인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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