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론」 왕정 봉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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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페론」은 지난해 11월말에 17년의 오랜 망명 생활 끝에 「아르헨티나」에 돌아온 적이 있다.
그것은 반 자의적인 것이었다. 그때 「라누세」 대통령이 그의 귀국을 종용한데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다.
「페론」에 대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날로 늘어만 가는 우상 숭배 열을 식히려면 「페론」을 직접 보여주는게 제일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페론」은 한달도 못되어 다시 추방되었다. 그의 인기가 너무도 높았기 때문이다.
세계는 모두 그를 독재자로 여긴다. 그런데도 아르헨티나의 대중은 그를 몹시 따른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페론」은 집권시에 부의 재분배를 꾀하고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힘썼다.
이통에 억지도 많았다. 그의 집권 말기에 이르러 「아르헨티나」의 생활비는 한해에 56%씩이나 올랐다. 실업율도 급승 하고 국고는 텅 비고, 그리고 테러가 소행 했었다.
사람들은 그를 매우 매력적인 독재자였다고 여기고 있다. 그 자신은 독재가 아니라 교도라는 말을 썼다.
「행정적으로 다스리기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항상 교도하려 아울러 애썼으며, 교도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언젠가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정치적 지도력이란 증화나 조각, 또는 악기를 켜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예술이다. 그리고 그것이 예술인만큼 거기에는 이론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증화 이론을 가지고 있다고 누구나 「다·빈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말한 것도 「페론」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완벽한 정치적 예술의 소유자로 여기고 있다.
『온 민족을 심각하게 변혁시킬만한 운동은 늘 집단 운동이며 그 운동은 한 인물에 의해 조작된다….』
물론 「페론」은 그 운동이 「페론」주의이며, 그 단일 인물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 굳게 믿고 있다.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페론」주의를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페론」주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제3노선을 통해서 국가의 복지를 향상시키려하는 것이다….』
지난 3월에 있던 총선거에서 이긴 「캄포라」가 집권한지 50일만에 제발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페론」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서이다. 『만약에 당신이 귀국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스페인」에 망명 중이던 그를 찾은 한 기자가 이렇게 묻자 「페론」은 거침없이 대답하기를 『나는 예전 그대로의 정치를 해나가겠다.』
이미 「뉴요크·타임스」지는 아르헨티나의 어두운 앞날을 점쳤다. 그런 「페론」을 다시 권좌에 앉히는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 것인지? 「페론」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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