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도 경제 도움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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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수사 여파가 경제에 주름을 주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검장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찰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기업에 대해 경제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서영제(徐永濟.사진) 신임 서울지검장은 13일 취임사에서 "어떻게 하면 경제 발전과 국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고 자문한 뒤 "단순히 범죄 혐의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단세포적인 사고에 매달리기보다 국가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항을 검토해 검찰권을 행사하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취임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임사의 배경에 대해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에 나오는 일반론이다.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 "고 주문했다.

범행 동기,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참작해 범죄자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야 한다는 관련 조항의 취지를 강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적어도 검사라면 죄가 인정된다고 무조건 기소해서는 안된다. 모든 조건을 검토한 뒤 국가가 망하는 기소는 하면 안되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그의 발언이 SK그룹 수사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엄정한 검찰권 행사라는 명분 아래 서울지검이 벌인 SK 수사가 재계 서열 3위 그룹의 부도덕성을 파헤치기는 했지만 국가 대외신인도 추락과 주가 하락의 한 요소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수사는 잘 했지만 국익에는 마이너스가 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가 '경제를 생각하는 수사'쪽으로 검찰권 행사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서울지검에 걸려 있는 대기업 관련 수사가 당분간 유보될 전망이다.

한편 徐지검장은 취임사에서 약자의 입장에 선 '국민의 검찰',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이 강조되는 '열린 검찰', 직접 민주정치의 정신에 걸맞은 '참여 검찰'이 되자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그가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코드를 맞춘 발언을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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