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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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모」의 이름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입시 문제를 누설시킨 범인들의 정체는 그 사진과 함께 이미 공개된바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련된 학부형이나 당사자의 실체는 이제까지 신문지상에서 「모모」로 부면 되어 있었다.
바로 그 복면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학우들의 진퇴, 또 그들로 인한 불합격생의 처우 문제. 이것은 단순히 법규나 학칙의 규정으로 해석해 버리고 말 성질의 문제인지, 다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교육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상을 해 본다. 관련 학생들은 그들 학부형의 부정 행위에 대한 업보로 퇴학을 당했다. 그것이 자퇴이든, 아니면 강요이든 그 퇴학생의 심정은 말할 수 없이 절망적일 것이다. 우선 주위의 이목을 어떻게 견디어 내야할지 생각만 해도 딱하다. 더구나 그 당사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어린 심상에 던져진 암운의 충격은 가늠할 길이 없을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다. 학교 당국이 이들 학생에게 대범한 관용을 베푸는 경우이다. 그들은 4년, 혹은 3년 동안 그야말로 연옥과 같은 생활을 하게될 것이다. 만일 이들이 그 연옥 생활을 겪으면서 자신의 도덕적인 수련을 쌓게 된다면 「천국의 인간」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그 학생들이 「선천적인 악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도 아니라면 능히 그런 상황을 상상할 수도 있다.
앞서의 두 경우는 과연 어느 쪽이 교육적인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만하다. 물론 이런 비판도 따른다. 그들로 인해 몇년의 각고를 쌓으며 실력을 연마한 학생들이 낙방을 했을 것이라는 현실. 역시 이 낙방생들의 심리적 충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관련 학생들이 퇴학을 당할 경우와 거의 마찬가지의 심정일 같다. 실로 어느 쪽을 동정해야 할지 생각할 수록 난처하다.
그런 난문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학교 당국은 몰론 공모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론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시험관리의 책임은 학교 당국에 있다. 그렇다면 모든 책임과 그에 따른 고통을 일방적으로 관련자에게만 전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더구나 이것이 교육의 문제이고 보면 그렇게 안이한 생각만을 할 수 없게 한다.
옛 성현의 말에 이런 교훈이 있다.
『가득히 차 있는 그릇에서 물이 흘러 넘치지 않게 하려면, 그 물그릇을 똑바로 놓아야 한다』 (노자) .
「흘러내린 물」만 탓하지 말고 그릇을 바로 놓는 자세야말로 중요하다. 『학문이란 인간을 아는 길이요, 도덕은 인간을 사랑하는 길이다.』논어의 가르침을 한번 음미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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