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공산권 여행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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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무부는 금년 안에 여권신청접수 및 교부업무를 제주도로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각 지방관서에 이양할 계획이며 이 계획의 실천에 앞서 여권업무의 EDPS화(전자계산처리화)를 추진하는 한편 수속서류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8월부터 시행될 여권발급신청서에는 「목적지 및 경유지 난」에 소련·중공을 비롯한 공산 국은 물론, 월맹·동독 같은 분단국가까지도 포함시키게 되었다.
여권업무처리의 능률화, 그리고 신청자의 편의를 위해서 여권업무를 지방관서에 이양하는. 한편, 여권의 수속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것은 시대의 요구에 맞는 조치이다. 그러나 이번 여권업무 개정방안 중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소련이나 중공·동구제국은 물론 월맹·동독에 대해서도 여권신청의 문호를 개방코자 한 점이다.
공산권 여행에 대한 길을 터놓고자 하는 소이는 자유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공산권에 대한 여행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판국에, 우리 나라만이 여행의 자유의 폭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것은 시대조류의 대세에 어긋나고,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남북한간에 대화가 행해지고 또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수교키를 원하는 적극적인 문호개방정책을 취하게 된 이상, 정부가 공산권에 여행하거나 혹은 경유하기를 원하는 국민에게 여행신청을 받기로 한다는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공산권에 대한 여행신청허가는 최근 소련이 한국인에 대해 입국 「비가」를 몇번 발급했다는 사실에 자극 받은바 클 것이다. 공산권의 대종주국으로서 북한의 존재를 국제적으로 뒷받침 해주고, 또 정치·외교상으로는 한국에 대해서 적대정책을 취하고 있던 소련이 미 수교국인 한국민에 대해서 자진해서 입국을 허가하게 된 소이는 소련이 남북한의 분단상황 동결한 평화공존을 이륙케 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굳히려는 방향으로 대한반도정책을 전개하게 되었고 또 그렇게 하는 한 한국 민을 적성국민으로 취급해야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공산국가에 대한 여행신청의 인정은 공산국가가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짐과 동시에 한국의 공산 국에 대한 자세가 바꾸어졌기 때문인데 우리는 한국이 명실공히 세계의 한국으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공산국가에 대한 입국이나 경유의 인정은 우선 민간 「베이스」에서 대 공산국 관계를 개선시키는 토대를 구축하고 나아가서는 경제·과학기술·문화의 상호교류를 촉구하는데 좋은 계기를 이루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최근 북한의 대남 침투 공세가 제3국을 발판으로 하여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쟁점에 비추어 북한공작원이 적극 접근의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치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점을 과소 평가치 말고 공산권의 여행에 대해서 국가 안전보장상 세밀한 고려를 돌려 북한의 대남 침투를 막음과 동시에 대공산권의 접촉교류가 반드시 우리의 국익신장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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