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양보하라는 국제사회 압력 작용 … 한·일 과거사 타협 가능성 오히려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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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홍지인 소장)가 2014년의 국제질서와 동북아정세, 그리고 한·일관계의 밑그림을 27일 내놨다. 국립외교원 소속 국제정치 및 지역문제 전문가 14명이 참여해 만든 ‘국제정세 2014전망’이란 보고서다. 다음은 보고서 주요 대목.

 ▶국제질서=폭발성 있는 위험요소가 상존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이 새로운 관계를 추구할 것이다. 위험요소 제거를 위한 협력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위한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동북아정세=한반도를 둘러싸고 남북한과 미·중·일·러 관계는 역사·영토문제에다 군사력 경쟁까지 결합하면서 국가 간 협력과 갈등이 더 복잡해질 것이다.

 ▶한·일관계=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당분간 한·일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다. 다만 아베가 참배를 통해 국내의 보수우익을 배려한 만큼 이제는 국제관계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전망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한·일관계와 관련, 조양현 아시아·태평양연구부 조교수는 통화에서 “아베의 신사 참배를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대일관계 국면전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과거사 문제로 일본을 줄곧 압박하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불편해했지만 이제 아베의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가 타당했음이 확인됐다. 역사문제에서 아베가 양보하라는 국제적 압력이 일본에 작용할 수 있게 됐기에 국제문제에서 타협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고 진단했다.

 국립외교원은 보고서를 통해 동북아를 둘러싼 미·중·일·러와 남북한에 관한 전망을 상세히 담았다.

 국립외교원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2014년에는 동맹국의 기여증대를 통한 ‘역외개입(해외 이슈에 관여)’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 부분에서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 미사일방어(MD)체제 가입, 방위비 분담 등에서 한국이 더 기여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경우 국립외교원은 국내적으로 경제성장 방식 전환과 개혁 가속화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했다. 대외적으로는 대륙국가에서 ‘대륙 및 해양국가’로 국가의 정체성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환의 움직임은 해양 영유권 확보 정책에 초점을 두고 추진될 것으로 진단했다.

 한·중관계는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인한 갈등 요소가 잠복하고 있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타결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보수 우경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국립외교원은 봤다. 아베 정권은 헌법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자위권 확보, 보통국가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에 적극 나서는 한편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지역안보에서 역할 확대를 노릴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3기 친정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신동방정책으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되 한반도 정책은 남북 균형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분석했다.

장세정·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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