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리의 순방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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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 국무총리는 4주간에 걸친 「유럽」순방과 일본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지난달 19일「유럽」순방의 길에 오른 김 총리 일행은 3주간에 걸쳐「벨기에」·「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및 서독을 차례로 순방한 후, 약1주일동안 일본을 비공식으로 방문하고 전 중 수상을 비롯한 일본 정부 지도자들과 회담하고 돌아온 것이다.
이번 총리의 순방여행은 국제권력 정치구조 다원화 경향으로 말미암아「유럽」과 일본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향상하고 있는 시기에 행해졌으므로 각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냉전 시대의 고별과 이른바 「5강 시대」의 도래는 미·소 두개 초강대국의대「유럽」정책의 조경과 전환을 불가피 하게 하고 있다. 이에 마라서 「유럽」제국 역시 개별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세계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전환기에 김 총리가 「유럽」5개국을 순방하여 전통적인 우의를 확인하고, 경협이나 투자, 과학·기술·문화의 교류 등 제반분야에 있어서 긴밀한 협력의 지속과 확대를 다짐하였음은 우리외교가 서구에서 기득한 지위를 확보하고 개선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큰 기여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유럽」제국가운데는 남북한대화의 진전에 지나치게 기대를 걸고 있는 탓으로 대화의 진전으로 이미 경세가해수단계에 들어섰고, 남북관계가 평화공존을 향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해석과 평가는 비록 그것이 선의에서 유래한 것이라 하더라도 남북한관계의 현실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대화가 지지부진하고 북의 대남 비방 재개와 간첩투입 등으로 말미암아 자칫하다가는 대화이전의 상태에 되돌아갈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음은 최근의 한반도정세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하 한반도의 정세가 계속 엄중하다는 것과 대화의 개시나 지속이 결코 두개의 한국을 의미치 않는다는 것을 우방에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국가안전과 직결하는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번 김 총리의 우방 순방은 이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많은 업적을 쌓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김 총리가 「유럽」순방의 귀로에 일본에 들러 일본의 정부 및 여당의 지도자들과 일련의 회합을 가졌다는 사실은 비록 그 방문이 비공식적인 것이라 하지만 이 역시 금차 순방외교가 남긴 중요한 성과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일본이 차지하는 국제적 지위의 눈부신 향상, 그리고 일·중공 국교정상화 등은 서울·동경의 정치적 거리를 자꾸만 축소시키고 있는 느낌이 짙다. 이 정치적 거리의 축소가 양국의 호혜평등관계를 해치고 대국에 대한 소국의 예속을 가져 와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고, 또 우리 나라가 대화를 지속해 나가야할 형편에 놓여 있음을 직시할 때, 우리는 일본과의 우호친선, 그리고 협력관계를 부단히 증대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동 「아시아」에서 일본이 점하는 비중이 2차 대전 전 만큼이나 커져 가고있는 오늘, 지난날 한·일 관계를 타결 짓는데 앞장섰던 김 총리가 일본정부수뇌들과 만나 기존관계를 확인하고, 앞으로 가일층 긴밀한 협력을 다짐한 것은 한국의 국제정치상 좌표를 굳히는데 기대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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