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인기여류작가―「아이리스·머도크」새 소설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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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4년『그늘 아래서』를 발표하여 각광을 받은 후 여러 소설을 통해 세계 1급 작가의 대열에 오른 영국의 여류작가 「아이리스·머도크」(54)가 최근 신작소설 『검은 공주』를 출판,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바이킹」사간·3백66면·7「달러」95「센트」).
여류다운 독특한 필치로 인간심리의 내부를 깊숙이 파헤쳐 온 「머도크」는 『검은공주』에서 작가를 지망했다가 실패한 「브래들리·피어슨」이란 58세의 남자를 「나레이터」로 등장시키는 새로운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피어슨」은 몇 년 전 『팡세』와 2편의 소설을 출판한 일이 있는데 그의 친구「아널드·배핀」은 1년에 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어 그의 다작을 경멸한다.
그는 이른바 대작을 쓰기 위해 「런던」을 떠나려하는데 마침 그를 찾아온 「배핀」으로부터 그가 아내를 죽였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피어슨」은 늘 일상생활 중에서 소설의 소재를 찾으려하나 막상 쓰려고 하면 벽에 부딪친다. 이럴 즈음 58세의 「피어슨」은 불과 20세밖에 안된 「배핀」의 딸과 사랑에 빠지게된다. 「머도크」는 이 소설에서 「피어슨」을 등장시킴으로써 현대인의 고뇌를 나타내고자 했다. 『검은 공주』란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피어슨」은 경우에 따라서 그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글로 쓰고자하나 그때마다 허망한 생각에 가슴을 떤다. 이것은 죽느냐 사느냐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현대인간이 늘상 부딪치는 여러 가지 문제에 있어서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머도크」의 이 작품을 가리켜 비평계에서는 「다크·코미디」(음울한 희극)로 표현하고 있으나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민첩성·대중성은 다만 「아이리스·머도크」에게서만 쉽사리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늙고 가엾은 「브래들리·피어슨」의 「줄리언」에 대한 강렬한 사랑을 그리면서 「머도크」는 스스로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즉 『과연 사랑과 죽음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고. <타임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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