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커크」와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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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3년도 제2차「언커크」전체회의가 13일 서울에서 열렸다. 「네덜란드」 호주 비태 「터키」등 각국의 대사가 참가한 이번 회의는 올 가을 28차 「유엔」총회에 낼 「연례보고서」문안을 검토했다. 「언커크」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군과 더불어 「유엔」의 권능과 권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한국의 부흥발전을 이룩하는데 기여한 바 매우 컸다.
최근 한국의 자립도가 강화되는데 따라 「언커크」의 존재는 점차로 희미해진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난날 「언커크」가 한국의 부흥발전을 이룩하는데 많은 업적을 쌓아 올렸고 또 앞으로 한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하는데도 「언커크」의 존속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을 비롯해서 공산제국은 한국과 자유진영에 대한 정치공세의 일환으로서, 줄곧 「언커크」의 해체를 주장해 왔는데 중공이 「유엔」에 가입한 후, 공산측의 「언커크」해체주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공산측이 「언커크」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소이는 6·25동란 때 공산군이 「유엔」군과 적대해서 싸웠기 때문이요, 「언커크」가 존속하는 한 북한과 중공은 침략자의 낙인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산측의 「언커크」해체론이 그 동기나 목적에 있어서 불순한 것이니만큼 「유엔」은 자신이 한국문제에 대해서 취한 모든 조치가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언커크」의 기능을 강화하고, 그 활동에 생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세의 제반움직임으로 보아 올 가을 한국문제의 상정을 보류하기는 난망시 되고 있다. 우리가 한국문제의 「유엔」상정을 보류하기를 원했던 소이는 민족자결정신에 따라서 남북대화를 가지고 평화와 통일의 목적을 추구하고자 하는데 있으며 한국문제를 「유엔」에 상정시키면 갖가지 잡음이 일어나 오히려 대화의 진전에 불리한 분위기를 조성치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나, 공산제국이 한국문제를 기필코 「유엔」에 상정시키려 한다면 우리가 상정을 기피해야 할 필요는 조금도 없다. 대「유엔」 관계에 있어서 본다면 항상 한국은 고소인의 입장에 서 있었고, 북한은 피고소인의 입장에 서 있었다.
국제정세나 「유엔」의 의석분포의 변화를 배경으로 지금까지 한국문제의 「유엔」상정을 꺼리던 공산측이 거꾸로 한국문제의 「유엔」상정을 원하게 됐다고 해서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입장이 역전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문제가 「유엔」에 상정되면 남북한대표가 동시에 「유엔」총회에 초청될는지 모른다. 피침자와 침략자가 같은 자격으로 「유엔」총회에 불리어 나간다는 것은 우리 한국으로서 참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만약에 동시초청이 불가피해지면 우리는 대표를 파견하여 한국에서 침략을 일삼는 자가 누구이며, 평화와 통일을 반대하는 자가 누구인가를 만방의 대표 앞에 정정당당히 밝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문제의 「유엔」상정을 꺼리는 것이 마치 무슨 약점이라도 있어서 그러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해외홍보활동에 있어서 세심한 고려를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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