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받고 30시간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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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은행 갈현동지점 예금주 박두석씨(40·서울시서대문구불광동123의7)독살사건은 경찰이 사건발생 30분만에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도 30시간동안 신고처리를 미뤄오다 이 수사에 나서는 등 사건처리를 소홀히 했음이 드러났다.
죽은 박씨의 아내 강속숙씨(39)는 지난5일 상오9시쯤 전날 가출한 남편 박씨가 국민은행 갈현동지점에서 예금 2백만원을 찾아간 것을 확인, 이날 상오10시쯤 은행원 김모씨와 함께 서부경찰서갈현파출소를 찾아가 『남편이 2백만원을 찾아가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심상치 않다. 찾아달라』고 신고 했었다.
파출소측은 『남자가 하룻밤쯤 안 들어올 수도 있는데 뭘 그러느냐. 돌아가2∼3일 더 기다려 보라』면서 강씨의 신고를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할수없이 강씨는 그길로 서부경찰서 소년계를 찾아가 같은 내용의 신고를 했으나 소년계 담당직원도『어린애도 아닌데 뭘 그러느냐. 곧 돌아올 것 아니냐』면서 역시 가출 신고 접수도 않은채 돌려 보냈다.
강씨는 파출소와 경찰서를 왔다갔다 하던 끝에 이날 하오8시쯤 공사장인부들이 자주 묵는 성신여관으로 찾아가 남편이 혼수 상태에 빠진 채 「택시」에 실려간 것을 확인, 이날밤 11시쯤 시동생 박두환씨(38·서울영등포구노염진동265의35) 에게 전화로 연락했다.
시동생 박씨는 통금이 가까운데도 집을 나와 6일상오1시30분쯤 갈현파출소로 찾아가 당직 이점우경장에게 여관에서 확인된 사건내용을 신고,3번째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순경은 이때서야 이 사실을 본서상황실로 연락했다.
서부경찰서 형사과 당직반장이던 최철동경위는 이날상오1시30븐쯤 이경장의 보고를 받고 이계필형사계장에게 보고했으나 이계장은 보고를 그대로 묵살하고 말았다.
경찰수사를 기다리다 못한 강씨와 시동생 박씨가 6일 상오 서울지검에 전화를 걸어 『심상찮은 사건이 났는데도 경찰이 수사를 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진정, 이날 하오3시쯤 검찰이 서부서에 수사를 지시, 이날 하오4시쯤에야 최철동경위가 제1차 현장인 성신여관에 나가 가족들로부터 경위를 듣기 시작했다.
경찰이 현장수사를 끝내고 7일 상오6시쯤 부산에 형사대를 보냈을 때는 이미 부산의대부속병원에 입원한 박씨가 두번째로 정신안정제를 마시고 숨진 뒤 32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박씨의 가족들은 『경찰이 가출신고를 받고 바로 수사에 나서 범인의 뒤를 쫓았다면 독살까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경찰처사를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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