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4배 빠른 '초고속 D램' 첫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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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D램을 4단으로 쌓아올린 초고속 메모리(HBM)를 개발했다. 기존 D램 제품과 비교해 데이터 처리는 4배 빠르고 전력 소비는 40%가량 줄어든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본사 공장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을 적용한 HBM을 미국 반도체회사인 AMD와 공동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HBM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표준화를 진행 중인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제품이다. 기존 D램 제품 대비 성능이 높고 용량이 크면서도 전력을 적게 소모한다는 장점이 있다. 신제품은 1.2V 전압에서 1Gbps의 처리 속도를 내며, 총 1024개의 정보출입구가 있어 초당 128GB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현재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GDDR5(초당 데이터 처리 28GB)보다 4배 이상 빠르다.

 이번 신제품은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에서도 획기적인 제품이 될 전망이다. 핵심은 새로 적용한 TSV 기술이다. TSV는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을 형성해 칩 간에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을 쓴다. 그동안 반도체업계에서는 칩을 쌓아올릴 때마다 각각의 칩을 잇기 위해 실리콘 기판 표면에 가는 선을 따로따로 연결해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공정이 미세화될수록 이 선들의 간섭현상이 심해지고 제품의 크기도 커졌는데, TSV 기술을 활용해 칩들을 수직으로 연결하면 제품 크기를 줄이면서도 간섭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 HBM은 고사양 그래픽 시장을 시작으로 향후 서버, 수퍼컴퓨터, 네트워크 시장에 쓰일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새 HBM을 한 칩에 여러 개 탑재해 하나의 패키지를 이루는 형태(시스템인패키지) 형태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홍성주 D램개발본부장(전무)은 “HBM 제품의 내년 상용화를 시작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해 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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