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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전사의 투지로 똘똘 … 몸싸움·헤딩슛으로 골문 공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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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최근 열린 한국과 러시아의 국가대표 친선 경기에서 러시아의 드미트리 타라소프와 남태희가 공을 다투고 있다. [리아 노보스티]

“흥미로운 나라들과 한 조가 됐다. 얼마 전 친선경기를 한 한국을 잘 알고 있다. 벨기에는 현재 유럽팀 중 가장 강한 팀이라 생각한다. 알제리는 잘 알려진 팀이 아니지만, 아주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러시아가 같은 조로 편성된 팀에 대한 평가다. 1994~98년 한국의 ‘유공 코끼리’ 축구팀을 맡았던 발레리 네폼냐시는 “이번 한국팀의 약점은 선수들 신장이 작다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헤딩 때 몸싸움에서 밀렸고 계속 기준에 미달하는 부분이 있었다. 타라소프의 역전골도 헤딩슛이었다. 하지만 역전골을 넣기 전 세 번씩 헤딩슛으로 수비벽을 뚫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 선수들은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 바실리 베레주츠키, 아르촘 주보이, 로만 쉬로코빔을 특히 저지하려 할 것이다. 골키퍼도 조금 약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러시아 축구의 인연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맺어 줬다. 그는 2002 월드컵에서 한국에 눈부신 성적을 안긴 4년 뒤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러시아 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이었던 그는 UEFA 유로 2008에서 러시아를 3위에 올려놓았으나 2010년 러시아를 떠났다.

FC안지 감독인 가지예프는 “히딩크는 대표팀을 새로운 수준으로 올려놓았고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냈다. 나는 그가 2002 월드컵을 위해 한국 대표팀을 훈련할 때부터 지켜봤다. 심판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줬다고 쳐도 한국 팀이 그런 역량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히딩크가 이룬 성과를 우연이라 할 수 없다. 2000년대 초 러시아 대표팀도 누가 감독을 맡든 이렇다 할 성적을 내기 어려운 상태였는데 2008년 여름 유럽 리그에서 두 개의 우승을 따냈다. 히딩크는 혁신가처럼 어떻게 팀을 하나로 만들고 적절히 포지션을 나누어야 할지 파악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의 포지션을 바꾸는 것을 겁내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이 미드필더였던 지르코프를 왼쪽 측면 수비수로 배치하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난이 틀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있는 자원을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히딩크는 이를 해냈다”고 가지예프가 말했다.

히딩크는 가는 곳마다 사랑받았다. 호주에서는 ‘우리는 거스를 믿습니다’는 플래카드를 만들었고, 한국에서는 그를 명예시민으로 위촉했으며, 러시아에서는 그를 ‘아이들의 명예’로 불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후임으로 러시아 대표팀을 맡았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러시아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축구 구단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감독이라는 타이틀로 러시아에 돌아왔다. 아드보카트가 이끈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했으며, UEFA컵과 수퍼컵을 가져갔다. 그는 이미 선수들과 경기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가 결과적으론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악이 됐다. 그는 선수 교체를 주저했다. 폴란드전과 그리스전에서 아드보카트는 선수 교체에 머뭇거렸고, 위기의 순간 경기 흐름을 바꿔 놓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약간만 손보면 될 훌륭한 전력을 갖춘 팀을 남겨 놓고 떠났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의 뒤를 이어 대표팀을 맡은 카펠로 감독은 새로운 팀을 구성하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쓸 만한 선수가 없다고 여겨졌으나, 카펠로 감독은 부임 후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해 냈다. 현재 히딩크 호에서 남은 선수는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 중앙 수비수 바실리 베레주츠키와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 공격수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 4명뿐이다.

소련 시절 최고의 골키퍼로 꼽혔던 안조르 카바자시빌리는 이렇게 말했다. “히딩크 감독 때 선수들은 돈을 보고 경기했다. 하지만 지금 선수들은 신념을 위해 싸운다. 카펠로 감독이 부임한 후 우리 대표팀은 크게 바뀌었다. 그는 엄격한 훈련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전사의 정신을 심어주었다. 지금 대표팀이 어떻게 뛰는지 보라. 만약 상대팀 선수에게 공이 가 있으면 곧바로 그에게 달려들어 실수하도록 만든다. 러시아엔 좋은 선수가 별로 없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는 용병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카펠로는 브라질행 티켓을 따낼 선수를 찾아냈다.”

엘레나 프로시나, 티무르 가네예프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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