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교포 간첩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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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억대의 공작금을 반입하여 군납식품합작회사를 만들어 놓고 군부침투를 기도하던 일본거점 간첩망 5명중 주범「택본」외 2명에 대한 간첩사건 첫 공판이 30일 서울형사지법에서 열렸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일본에서 암약중인 일당과 함께 북한노동당 공작원에게 포섭되어 일본을 것점으로 동독·중공·「이집트」·「홍콩」·「싱가포르」·「마카오」 등을 연락처로 삼아 한국을 내왕하며 10년간 간첩활동을 해 왔다고 한다.
이들의 간첩활동은 64년부터 시작되었는데, 「7·4성명」후인 작년 12월과 금년 1월에는 외지에서 북한공작원과 접선 미화 40만불을 받은 뒤 이를 미국경유 송금형식으로 국내에 반입하여 군납품회사에 합작투자, 군부침투 및 각계요인과의 접촉을 획책해 오다가 검거되었다고 한다.
이 간첩사건은 ①일인으로 귀화한 교포가 주범인데 일인과 교포와 관련되어 있고 ②대남 간첩사상 최고액인 억대의 공작금을 반입하여 합법적으로 회사를 설립하여, 이른바 혁명세력 자금지원을 위한 경제적 토대를 구축하여 가지고 ③정계·경제계 및 군 고위층과 접촉하여 기밀정보 수집 등 간첩활동을 하려다가 검거된 것이기 때문에 각별히 주목을 요한다.
이 간첩단은 한·일간의 내왕이 자유롭고, 한국이 일본의 투자를 환영하고 있다는 정세상 배경을 이용하여 상사를 위장한 합법적인 거점을 한국에다 설치하고, 7·4성명이후 국외에서의 접선을 통해 간첩활동의 목적을 달성코자 하다가 검거된 것이므로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그 첫째는 지금까지 일인이나 교포의 출입국에 대하여 본인들의 사상이나 신분은 별로 문제로 삼지 않았지만 이번 간첩사건의 교훈에 비추어 출입국자에 대한 신원파악을 철저히 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 둘째는 이번 검거된 간첩들이 주로 국외에서 북한공작원과 접촉하고, 동백림을 거쳐 평양에 갔다 온 사실에 비추어,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해외에서의 방첩활동을 보다 강화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것이다.
「7·4성명」발표 후 남북의 대화가 본격적인 진행궤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금년 들어 북한은 간첩을 남파, 침투시키려다가 번번이 실패했다.
일본을 것점으로 한 이번 간첩사건 역시 북한이 남북대화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전복키 위한 파괴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유력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다.
「7·4성명」이 대화에 의한 긴장풀이, 그리고 남·북한간 평화공존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몇 가지 사항에 관해 합의를 보았음을 지적하고 있고, 또 이 「7·4성명」의 확충에 따라 남북대화가 두개「루트」를 통해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계속 남한에 간첩을 들여보내 전복음모를 노출시키고 있음은 「7·4성명」에 대한 정면위배요, 대화의 전제에 암영을 던져 주는 처사라 단정치 않을 수 없다.
대화와 협상은 또 하나의 전쟁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공산주의자들이 한쪽으로는 대화를 지속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간첩을 잠입시켜 파괴활동을 벌이고자 한다는 것은 그들로서 당연한 전술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간첩침투를 통한 적대행위가 계속 취해지는 한 분단 4반세기만에 간신히 성립된 평화협상의 기운이 사라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민족의 숙원을 반영하는 대화를 파괴할 수는 없다. 대화를 진행하고 결실케 하기 위해서는 적대행위부터 중단되어야 한다. 이점 우리는 북한공산당국의 맹성을 촉구한다. 우리는 교묘하게 침투한 간첩단을 검거한 수사당국의 노고를 치하함과 동시에 군·관·민 모두가 공산당의 파괴활동에 대해서 경각심을 높여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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