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골프장 절반이 적자 … 내 회원권은 괜찮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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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5억5000만원에 분양한 경기도 포천의 가산 노블리제 골프장의 회원권이 휴지조각이 됐다. 골프장이 부실화돼 회원들이 입회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자 골프장을 직접 인수해 주주회원 골프장으로 만들려 했지만 건설비 등 나머지 빚을 갚지 못해 공매처리되면서다. 수원지법은 이에 앞서 지난 9월 골프클럽Q안성 소유주에게 회원권 가격(최고 5억8000만원)의 17%만 돌려줘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업계에 따르면 25일 현재 법정관리 중인 골프장은 30여 개다. 구진서 중앙 회원권 거래소 대표는 “골프장 오너들이 입회금을 제 주머니 돈처럼 마음대로 쓰면서 골프장을 사실상 깡통으로 만들어 놓고 법정관리 뒤에 숨어 일방적으로 회원들에게 손해를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도덕적 해이에 빠진 오너에게 책임을 물어야 법정관리를 줄일 수 있으며 입회금을 5년 후 원하면 돌려주라는 법만 만들어 놓고 안전장치를 만들지 않은 정책 당국도 해결책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프장 회원권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특별한 시스템이다. 골프장 오너는 인허가를 얻으면 별다른 자본 없이 회원권을 분양해 그 돈으로 골프장을 지을 수 있었다. 달랑 자본금 5000만원을 넣고 수백억원의 회원권을 분양한 골프장도 있다. 회원도 나쁠 게 없었다. 골프장을 싸게 이용하면서 주식처럼 차익을 얻기도 했다. 원한다면 입회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시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회원이 원금을 날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양쪽이 다 좋은 상생 구조로 보이지만 회원권 값이 올라갈 때 얘기다. 회원권 가격이 입회금보다 싸지게 되면 문제가 시작된다. 회원들은 당연히 반납을 요구하는데 상당수 골프장은 입회금을 건설비 등으로 써 돌려줄 돈이 없다. 입회금 반납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골프장 측은 무료 라운드를 할 수 있는 사람 수를 늘려주는 등 더 좋은 조건을 주기도 하지만 이런 골프장은 영업이익이 줄어 부실이 더 심해진다. 골프장을 매각, 입회금을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입회금 부담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은 거의 팔리지 않고 다른 채권에 비해 후순위여서 회원은 손해를 피하기가 어렵다.

 일본에선 1990년대 초반 비슷한 일을 먼저 겪었다.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리조트의 총매니저 등을 역임한 짐 황 IMG 골프코스매니지먼트 코리아 대표는 “일본에도 골프장 회원의 권리를 보장하는 체시법 비슷한 법이 있었지만 법원은 회생을 위해 민사재생과 회사갱생법을 적용해 입회금의 5~40% 정도만 쳐주고 플레이권은 보장하는 선에서 판결했고, 한국에도 이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 최원석 사무관도 “최근 판례로 봐서는 회생절차가 중요하기 때문에 체시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골프장 회원권 업계는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본다. 에이스 회원권 송용권 이사는 “일본은 공급 과다로 모든 골프장이 부실했지만 한국은 아직 초과공급이 아니어서 일반 골프장은 흑자를 내고 부실 골프장도 회생 여지가 있다”고 했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회원권도 손해를 볼 수 있으며 불황기에 경쟁력이 없는 일부 골프장의 도태는 다른 업종에서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회원권 업계의 얘기다.

 문체부는 “골프장 측에서 입회금 총액의 50%를 보유하도록 하고 골프장 완공 후 분양하게 하는 등 다방면에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입회금을 날릴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던 기존 골프장 회원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실 골프장은 더 나올 전망이다. 짐 황 대표는 “2000년 이후 고가 분양된 회원제 골프장의 절반 정도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봤다. 부실 골프장 수가 100개를 넘어간다는 얘기다. 반면 에이스 회원권 송 이사는 “법정관리 골프장은 총 50개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골프장 500개 중 입회금이 반쪽 혹은 깡통이 되는 곳은 적게는 10%, 많게는 20%를 넘을 거라는 말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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