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협력관계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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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용식 외무장관의 호주 「뉴질랜드」방문은 노동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환하고 있는 이들 두 나라의 대한정책을 변화없이 유지토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양국의 신정권은 중공을 승인하고 친서방 외교의 전통을 벗어나기 시작했었다. 특히 호주는 중공에 이어 동독·월맹을 승인하고 북한까지 승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한때 한·호 관계를 긴장시켰다.
물론 호주정부의 공산권 접근 정책은 우리정부의 외교노력으로 한반도에 관한 한 주춤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한 기존관계 재확인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김 장관의 이번 양국방문결과는 일단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휘틀럼」호주수상은 김 장관과의 회담에서 『당초에는 동독이나 월맹과 함께 한반도에도 같은 정책을 쓰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당분간 대한정책 변경을 고려치 않고 있으며 이 문제에 관한 한 한국정부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년 하반기에 북한통상사절단의 방호계획이 있긴 하나 호주신문들은 북한승인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북한은 작년12월 호주 총선거에서 노동당이 승리하자 곧바로 축하의 뜻을 표하고 금년 2월 부수상을 단장으로 하는 통상사절을 파견하려 했으나 호주측이 이를 일단 6월 이후로 미루어 놓았다.
남북대화의 안팎사정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설명에 대한 이해의 심도는 호주보다 「뉴질랜드」가 깊은 것 같다.
「노먼·커크」수상은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의 입장이 약화될지 모를 어떠한 대한정책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확약했다. 그런 점에서 김 장관의 대양주 방문은 양국 신정부의 대한정책을 기존 협력관계에서 교착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아스팍」에 대치할 지역협력기구에 대해 「뉴질랜드」는 대만을 제외하고 더 많은 국가를 포용하는 「아스팍」의 광역화를 희망한데 비해 호주는 중공·일본 등 강대국이 광범하게 참여하는 기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대만이 기피되고 있기 때문에 새지역 협력의 방안으로 「에카페」회원국 중심의 새 기구, 새 기구가 만들어질 때까지 주「유엔」대사들이 회동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의견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지역협력구상은 오는 6월초로 예정된 제2차 「아스팍」상설위와 「말리크」 「인도네시아」외상의 방한을 계기로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기간증에는 「뉴질랜드」가 한국에 세울 「치즈」공장 및 육우「센터」합작투자, 한국 원양어선의 「뉴질랜드」수산기지 사용, 우리 어선이 잡은 어류의 가공수출문제, 호주 철광석 수입문제 등 통상 및 경제협력증진 방안도 협의되었다.
김 장관의 이번 방문으로 호주·「뉴질랜드」 신 정부의 대한정책은 일단 방향이 정착됐으나 국제정세의 변동과 신 정권의 성격상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관계가 오래 가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통상·경협 등 실질적인 관계를 굳히면서 우리가 좀더 개방적이고 신축성 있는 정책으로 대응해야할 필요를 현지에서 더욱 절감케 한다. 【시드니=성병욱 특파원·연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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