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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계간지 독특한 문화적 흐름 부각시키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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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학논쟁이란 대체로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가령 순수냐 참여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다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문학활동을 벌인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일부 젊은 비평가와 작가들이 동인지 성격을 띤 계간지 발행을 통해 자기들 특유의 어떤 「이즘」을 형성하고 있음은 매우 주목을 끌고 있다.
당자들은 순수파·참여파로 지칭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지만 순수쪽을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문학과 지성』「그룹」, 참여쪽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그룹」, 순수와 참여의 중간적인 위치에서 비교적 폭넓게 활약하는 「창작과 비평』「그룹」이 그들이다.
본래 계간지란 구미에서 연구논문을 발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혹은 공정한 작품평가를 받기 위한 문인들의 발표수단으로서 시작된 일반잡지의 한 「스타일」이다. 지금은 계간지 독자들도 꽤 많아져 계간지 발행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꽤 높은 편이지만 우리 나라의 계간지는 역사도 짧은 편이고 『창작과 비평』등 3개 계간지도 창간을 전후해서 얼맛동안은 동인지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이들 계간지가 창간 된지 불과 4년∼8년만에 자기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학적 흐름을 형성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우선 이들 계간지의 편집 「스태프」와 깊이 관여하고 있는 문인들이 누구누구인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65년 겨울호로 창간된 『창작과 비평』은 『시민문학론』으로 주목을 끈 백악청씨와 염무웅씨가 편집책임을 맡고 있으며 이호철 신경림 방영웅씨가 관계하고 있다.
2년 가까이 「블랭크」가 있었으나 69년 초 창간된 『상황』은 김병걸 구중서 임헌영 신상웅 백승철씨 등 5명이 일사불란한 「팀웍」을 이루고 있다. 한편 70년 가을호로 창간된 『문학과 지성』은 김병익 김주인 김치수 김현씨 등 서울문리대 출신의 젊은 비평가 4명이 편집을 책임지고 있으며 이밖에 고은 최인훈 김윤식씨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들 모두가 적어도 자기 계간지의 창간당시부터 동료의식이라든가 제각기 똑같은 문학 이론적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개인적 친소관계가 문학이론과는 별개의 문제라면 친소관계만 해도 지난 몇 년 동안 상당한 변모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이들이 계간지 발행으로 유대관계를 맺기 전에 그들의 문학이론이 조금이라도 상위했다면 계간지 발행은 각 「그룹」「멤버」가 가지고 있는 문리이론의 최대공약수를 추출하는데 결정적 역할이 되었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의 이론적 변모를 겪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들 세 계간지는 호를 거듭할수록 그들 「그룹」의 뚜렷한 성격을 부각시키고 있다. 순수다, 참여다, 혹은 중도다 하는 것도 실상 이들의 편집경향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이를테면 『문학과 지성』이 근대문학사의 깃점 문제를 무게있게 다루고 있다든지 『창작과 비평』이 만해문학상을 제정한 것이라든지 『상황』이 「신항일문학」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든지 하는 것은 이들 계간지가 어떤 성격을 지향하는가를 어렴풋이 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문학활동이 반드시 순수나 참여로 양분될 수만은 없는 것이지만 이들 「그룹」이 문단전체를 대상으로 폭넓은 포용력을 보일 때 아마도 이들 「그룹」은 좀더 강력한 문학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각기 다른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들 「그룹」간의 이론적 정면충돌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이들 세 계간지가 현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학이론을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고 더욱 체계적인 이론으로 발전시킬 경우 다소의 이론적 논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그것은 문단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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