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실직 도시 2600억원 '복권 대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페인에서 실업자가 부쩍 늘어난 지역 주민들이 복권 ‘대박’을 터뜨렸다.

 이 나라에서는 해마다 12월 22일에 ‘엘 고르도(푸짐한 것)’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복권의 당첨자를 가리는 행사를 연다. 201년을 이어온 전통이다. 전 국민의 4분의 3 이상이 이 복권을 산다. 올해의 총 당첨금은 22억5000만 유로(3조2600억원)다.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에 따르면 올해 추첨에서 당첨금이 장당 40만 유로(5억8000만원)인 1등 복권 1600장 중 450장이 몬드라곤 지역에서 팔렸다. 20유로(2만9000원)짜리 복권 한 장을 여러 명이 돈을 모아 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수혜자는 450명을 훨씬 넘을 수도 있다. 이 지역에선 지난달 가전업체 파고르의 공장이 문을 닫아 2000명 이상의 실업자가 생겨났다.

 또 수도 마드리드 외곽의 노동자 밀집 지역인 레가네스 지역에서 890장의 1등 복권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렌이라는 지역에서도 150장의 1등 복권이 판매됐다. 벽돌 등 건축 자재를 만드는 공장이 많은 바이렌 지역은 최근 수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어왔다.

 2011년 소데토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돈을 모아 산 복권 30장이 1등에 당첨돼 70여 가구 중 한 집을 빼고 모두 수십억원에서 수억원의 당첨금을 받았다. 마을 외곽에 사는 바람에 복권 사는 데 돈을 보태지 못한 그리스 이민자 코스티스 미트소타키스는 최근 자신의 ‘불운’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한 주민으로부터 트랙터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