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에 약한 대학생…국어실력 낮아|교수 20명 전국 12개대 8백명 대상 조사결과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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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학생들은 한자에 약하다. 이것은 전국 11개 대학교수 20명이 서울대, 연세대, 고대, 서강대, 경북대 등 전국 12개 대학생 8백 명을 조사대상으로 시험채점·일반성적·통계분석 등의 결과로 드러났다. 이 조사결과는 20일 신문회관에서 열린 한국어문교육연구회(회장 이희승박사) 주최 연구회에서 인하공대 사대학장 남광우 교수가 대표로 발표한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한글로 써서 한자를 맞추어 쓰게 했더니 평균점수가 1백 만점에 27.8으로 낙제점이 나왔다. 뜻풀이는 24.8점으로 더욱 심했다.
한자숙어나 낱말을 한글로만 출제하고 뜻풀이를 시켰더니 한자를 섞어 쓴 출제 때보다 성정이 갑절이나 나빴고 그나마 평균은 45.1점으로 역시 급제점에 미달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식적인 한자 등을 순한글로 씨서 뜻풀이를 시켰더니 정답을 쓴 사람은 1.8%에 지나지 않았고 국·한문을 섞어 써놓고 뜻풀이를 시켰는데도 16점 이하가59.3%, 36점 이하가 84.9%, 80점 이상을 맞은 사람은 8백49명중에서 단 17명뿐이었다는 것이다.
조사대상의 대학생 중 1학년은 국민학교 고학년때 괄호 안에 넣는 한자교육, 중학은 한자노출교육, 고등학교에서는 한글교육만을 받았고 대학4학년의 경우는 국민학교 고학년때부터 중학교까지는 괄호 안에 넣는 한자교육, 고등학교에서는 한자노출교육을 받는 등 교과방법이 여러번 바뀌었는데 이들의 한자에 대한 성적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이같은 현상을 남광우교수는 ⓛ과거 초·중·고등학교에서 한자를 소외한 한글전용방향의 교육을 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며 ②하급학년의 국·한자 혼용출제성적이 순한글 출제의 상급학년성적보다 높은 것을 보더라도 순한글 교과서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국어실력의 저조는 국민지성의 저하, 교육효과의 감퇴, 학술발전의 저해, 문화전통말살 등의 염려가 짙다고 결론했다.
남교수는 72년 2학기부터 중학교에서 한문교육을 실시하게된 것은 문교당국의 영단이나 주1시간 배당을 2시간 배당으로 권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회에서는 또 대학의 한문교육을 필수로 할 것, 각급 학교에서 국어교육의 일환으로 한자교육을 권장할 것, 방학을 이용하여 각급 학교교원에게 한자·한문교육 강습회를 열어 수강토록 할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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