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경영학] 최악의 경우를 늘 염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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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어떤 사람이 사업을 잘 하는가. 어떤 사람이 골프를 잘 치는가.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공통점이 있긴 있는가. 당연히 공통점이 있다. 정답은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되겠지…'라는 낙관론에 빠져 있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점차 나아지거나, 이 위기는 곧 사라질 것'으로 믿는 수가 많다.

예를 들어 주가가 600선으로 내려앉았을 때 '지금이 바닥이니 앞으로는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 모두가 보다시피 더 악화돼 있다.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아주 유망하다, 돈을 엄청 벌 수 있을 것이다'는 낙관이 없으면 누가 사업을 시작하겠는가.

그러나 사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열명 중 한두 명뿐이라는 게 통설이다. 대다수는 실패하는데 그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닥쳐올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일만 하는 데 그친 사람들일 것이다.

그 같은 낙관론은 골프에서 더 흔하다. 필드 여기저기에서는 오로지 '잘 될 것'이라는 낙관론만이 홍수를 이룬다.

OB말뚝이 페어웨이 양사이드에 하얗게 꽂혀 있어도 '내가 OB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골퍼는 별로 없다. 나는 절대 OB를 안 낼 테지만 다른 동반자는 'OB를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플레이어가 많다.

캐리로 1백80야드를 날려야 연못을 넘길 수 있는 미묘한 상황에서도 '나는 물에 빠지지 않겠지만 남들은 물에 빠질 것'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의 골퍼를 지배한다.

무릇 낙관론은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근거는 최악의 상태를 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업을 벌일 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이겨낼 자신이 있으면 바로 그것이 '낙관'의 동기이다. 그땐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밀어붙일 수 있다.

골프에서도 최악을 가정하면 방법이 나온다. 모험을 할 때 최선이 버디이고 최악이 더블 파라면 냉정하게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자신이 보기플레이어라면 냉철하게 보기를 1백점으로 생각해야 한다.

윷놀이의 '모 아니면 도'식의 골프는 한번은 영웅이 될지 모르지만 나머지 아홉번은 지갑 열기 바쁜 골퍼다.

재미있는 건 사업이나 골프나 공히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경영자가 최악의 사태에 대비, 감원을 하거나 사업부를 폐쇄하면 당시의 그 경영자는 인기가 있을 리 없다.

골프 역시 비슷해서 '또박 또박' 골퍼보다는 트러블이 있건 없건 호쾌하게 질러야 환영받는다.

하지만 문제는 결과다. 기업 역사에서 이름을 빛낸 경영자는 현실을 직시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골프를 잘 치는 사람들 역시 필드의 속성을 냉정히 직시한 사람들이다. 골프나 사업이나 '현실 직시'에 그 모든 해답이 있다.

김흥구 (www.GOLFSKY.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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