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한림원이 18일 발표한 ‘대한민국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은 산업계의 미래보고서다. 선정된 100대 기술은 한국이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로 선진국을 뒤쫓던 전략에서 탈피해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성장엔진이다. 100대 기술을 선정하고 주역들을 발굴하는 작업을 총괄한 권오경(58·사진)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한양대 교수)은 18일 “앞으로 우리나라가 먹고살 길은 우수한 인재들이 개발한 새 기술로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정된 100대 기술은 5~8년 내에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이라고 소개했다.
권 부회장은 앞으로 20~30년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메가 트렌드’로 ▶건강 ▶지속가능 ▶스마트 ▶안전 ▶성장을 꼽았다. 한림원이 우리 정부와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과학기술 발전 로드맵을 검토해 뽑은 것으로, 100대 기술은 이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별 기반 기술이다.
권 부회장은 “단순히 이 분야에 해당된다고 미래기술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5가지 트렌드 중에서 2~3가지에 걸쳐 있는 융합기술이 퍼스트 무버로 산업을 선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부회장은 “조선업체들이 선박을 만드는 데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결과 한국의 선박 건조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경쟁력이 높아졌다”며 “이런 융합 사례가 각 분야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융합기술로 세계 시장을 이끌어 가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도 많다. 권 부회장은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 해당 산업이 없다면 인재들이 외국에 진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식으로 길게 보고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원자력 관련 기술들이 빠진 점을 아쉬워했다. 외교 문제 때문에 산업적 기반이 거의 없어 선정하려고 해도 할 만한 기술이 없었다는 것. 권 부회장은 “기초기술만이라도 연구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줘야 관련 산업이 커질 때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