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2부제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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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과 부산시소재 공립고교에서 2부제 수업을 실시하기 위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구상은 이 두 도시에서 내년도부터 실시키로한 새로운 고교입시제도에 따라 현재의 시설만 가지고서는 진학희망자 총수의 13%이상이 낙방의 고배를 마시게 될것이 확실하므로 이를 10%이하로 줄여보자는데서 나온 듯하다. 문교부의 이같은 구상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 하다.
첫째, 고교에의 진학희망추세에 따르는 수용능력의 조정은 정부당국의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의무라 할것인바 2부제수업의 발상은 최소한도의 재정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라면 또 모르되 교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때문에 마땅히 진학해야할 학생이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교육적인 견지에서는 물론 사회정책적인 견지에서도 옳지않다.하물며, 하루중 반나절은 비어있는 기존의 교실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할때에는 더욱 그렇다.
현대교육의 이념으로 표방하고있는 평생교육 또는 우애교육이 사람들의 교육받는 기회를 시간적으로 극대화하게 하려는 것이라면 그같은 이념이 공염불이 아니라 현실의 것이되기 위해서도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의 공간적이용의 극대화를 정착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고교2부제 수업의 실시는 적극적인 실험의 선편을 치게 될 것이다.
둘째로, 문제를 학교교실부족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떠나서, 더욱 일반적·장기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고교2부제 수업의 실시는 미래에 대하여 많은 시사를 줄 수 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여 갖춰놓은 공공건물이나 시설이 충분히 이용되지 못하고 상당시간 놀고있다는 것은 특히 우리와 같은 개발도상국가에서는 큰 낭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좁은 국토, 제한된 재원, 인구의 급증, 제반 사회적관계의 복주등이 더욱 우심해질 장래를 생각한다면 모든 공공건물이나 시설은 앞으로 24시간가동하고 이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미래론자들의 견해이다. 사람은 쉬어도 집은 놀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고교2부제수업은 그런 의미에서도 유휴화하고 있는 많은 공공건물·시설의 이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는데 좋은 자극이 될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목난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공공시설가운데엔 적어도 3만여평이상의 건물들이 이용되지 않은채 놀고 있는 실정에 있다. 이같은 유휴시설가운데엔 회관이 6백51개소, 강당52개소도 포함되어 있다.
집은 지어놓고 내실이 없는 것이 허다한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내실이 찬 다음에 지붕을 얹히는 외국의 경우와는 정반대다. 이것은 시정되지 아니하면 안된다.
물론 고교2부제수업에도 이에따르는 문제가 한두가지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교사의 증강과 관리기구의 조정문제등이다. 교실은 종일 쉬지 않는다 하더라도 교사는 쉬어야 된다. 2부제수업이 수업자체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교사수급계획에 근본적인 손질이 가해져야 하며, 적절한 관리체제의 도입이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엄연히 공공시설인 공립학교에서 그 시설의 활용도를 최고로 높이는 2부제수업실시의 구상에 접하면서 우리는 이 계획이 비단 물적시설의 활용문제뿐만 아니라, 이나라 교육운영과 행정운영의 전국면에 걸쳐 경제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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