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정국 풀기 나선 64선 고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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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중진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정국 해소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몽준·정의화·남경필·서청원 의원, 민주당 박병석·문희상 의원,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 민주당 이석현 의원. [김형수 기자]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다선 의원 12명이 17일 오찬 때 회동했다. 멤버는 새누리당 정몽준·서청원(7선), 이인제(6선), 황우여(당 대표)·김무성·남경필·정의화(이상 5선) 의원과 민주당 문희상·정세균·이미경·이석현(이상 5선) 의원, 박병석(4선) 국회부의장 등이다. 회동 참석자들의 선수(選數)를 모두 합치면 64선에 이른다. 다선 의원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자리를 같이한 예는 흔치 않다.

 약 1시간30분에 걸친 회동에선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문제가 다뤄졌다.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의원은 여당 의원들에게 “여야 합의가 잘 안 돼 특위가 무척 힘들다. 특검이 성사되지 않았으니 여야 지도부 간 4자회담에서 합의된 내용만이라도 관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 모임은 최근 정쟁 일변도로 흐르는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 경험이 풍부한 중진 의원들이 격의 없이 소통하고 물밑으로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야 공감대가 형성되며 성사됐다. 다만 당장은 별도의 이름을 만들거나 공식 기구로 제도화하지는 않기로 했다. 간사 역할을 맡은 새누리당 남경필,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조만간 여야 지도부도 초청하기로 했고 현안에 대해 수시로 만나 의견을 공유하기로 했다”며 “협의체에서 나온 얘기는 양당의 최고중진회의, 원내대책회에서 지도부에 가감 없이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세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와 관련, 남경필 의원은 “여야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라의 안보와 북한의 급변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통일대비특위, 통일준비특위를 만들어 보자는 말도 나왔다”며 “향후 통일과 헌법을 포함한 새로운 국가모델을 준비하기 위한 초당적 기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중진들이 많다”고 전했다.

 여야 관계에 대해선 자성이 이어졌다고 한다. 문희상 의원이 “현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정치 실종 상태가 이렇게 계속된 적이 없었다. 우리도 할 일을 해야 한다”고 하자 참석자들도 대부분 공감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외부에 알리지 않고 모친상을 치른 김무성 의원에게 “왜 우리한테 연락을 안 줬느냐”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회동 전 정몽준 의원과 함께 중진모임을 처음 제안한 서 의원이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정치를 20년 이상 한 사람들이 만나 정담을 나누고 여러 가지 상의도 하자”고 운을 떼자 양당 의원들은 덕담을 쏟아냈다. “(카메라 기자들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줄을 ‘여야’로 나눠서 서지 말고 ‘야여야여’ 이렇게 (섞어서) 섭시다” “기왕이면 손도 꼭 잡자” “우리를 ‘올드보이’라고 하던데, ‘올드맨’보단 훨씬 듣기 좋다” 등의 말이 나왔다. 이날 친이명박계·친노무현계 좌장 격인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참석하지 않아 일각에선 ‘모임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선약이나 일정 때문에 못 온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여야 중진협의체는 내년 1월 중 두 번째 회의를 하기로 했다.

글=이소아·하선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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