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단독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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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외국인 투자정책의 일부를 바꾸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국인 단독투자를 허가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50대50의 합작투자만을 허용키로 했다 한다.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완전개방형의 외자도입법을 제정 시행함으로써 그동안 높은 외자도입실적을 올려 고도성장을 뒷받침한 것은 사실이나, 그 반면 외자의 국내경제 지배율이 높아지는데 따른 의존경제성의 심화문제가 제기된 것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2월에 있었던 「달러」화의 평가절하조치를 계기로, 국제경제 환경이 급변하여 외국인 투자는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에 있으며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외자의 국내 경제 지배율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질 공산이 짙어졌다. 이러한 의존성의 심화는 결국 국내생산과 국민소득의 「갭」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고 따라서 GNP의 성장이 국민후생의 증대에 직결되지 못한다는 모순을 제기케 하는 것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내국인의 임금 생활자화를 뜻하는 것이라 하겠으므로 국민후생의 증대라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며 때문에 정부의 이번 방침은 환영할 만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말하여 국민후생의 증대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외국인투자는 차관도입보다 불리한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내국인의 기업능력이 구비되어 있다면 외국인투자는 가급적 불허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그에 따라서 현대적인 경영기법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 초기 단계를 벗어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내국인의 기업가적 능력도 상당히 제고된 것이 사실이므로 이제는 빚만 갚으면 명실공히 우리 것이 될 수 있는 차관도입을 우대하고, 영원히 과실송금의 길을 터주는 외국인 투자는 가급적 억제해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외국인 단독 투자의 불허조치와 아울러 외국인투자를 단계적으로 엄격히 봉쇄하는 장기계획을 수립해 두기를 권고하고자 한다.
즉 우리가 선진경제권에 돌입하여 자본자유화조치를 자발적으로 취할 수 있기 전까지는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데 따라서 외국인 투자를 일단 줄여가는 작업을 하는 것이 성장과실의 누출을 막는 길이며, 내생적성장력의 제고를 실현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도리어 환영해야 할 외국인투자의 경우도 있다.
예컨대 기술적 속성으로 보아 불가피한 것, 수출증대를 위하여 어차피 외국인의 힘을 빌어야 하는 것, 또는 처음부터 약관에 따라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는 요구에 따라 외국인 지주의 내국인환가를 의무화시킨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것까지를 전면적으로 막아 지속적 성장력 자체를 저해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성장잠재력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는 이 시점에서는 안전개방형의 외자도입정책을 일단 후퇴시켜 국리민복에 직결될 수 있는 새 체제를 갖추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 뜻에서 외국인의 단독투자 억제조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산업별로 외국인 투자비율을 적절히 규제한다는 각도에서 외자도입정책과 산업정책을 직결시키는 새로운 외자도입체제를 마련해야 하겠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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