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료 규제완화, 의사 반발에 물러서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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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엊그제 의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며칠 전 정부가 발표한 의료서비스의 규제 완화 방안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정부 발표안은 사실상 투자개방형(영리)병원 도입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제의 도입도 비난했다. 급기야 진료 거부 등 집단 행동의 가능성까지 시사했고, 의사협회장은 자해 행위까지 했다.

 우리는 의사들의 이 같은 반발이 지나치다고 본다. 정부안은 영리병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핵심 내용은 세 가지인데, 의료법인이 영리 목적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하고, 법인 약국제도를 도입하며, 대형병원의 외국인 환자 병상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 있는 건 없다. 물론 차후에 추진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지금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도 “영리병원 도입은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류했다”고 말하고 있는 판국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허상을 놓고 진료 거부 운운하고 있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겠다는 구태로 보이는 까닭이다.

정부 발표안은 의료계에 이익이 되면 됐지 해가 되지 않는다. 의료법인들이 해외환자 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 건강검진 및 병원 등을 해외에서 운영하는 해외현지법인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면서 수익을 많이 내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병원 운영의 적자를 메우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사실상 시혜인 셈이다. 남들은 신규사업을 하려고 해도 정부 규제 때문에 못하는 판인데, 정부가 나서 규제를 풀어 돈을 벌도록 해주겠다는 의미라서다. 게다가 이는 개업의의 밥그릇과는 무관하다.

 원격진료에 대한 반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10월에 발표한 원격진료 개정안은 사실상 ‘반 쪽짜리’에 불과하다. 의사들의 반대 때문에 대단히 제한적으로 만들어졌는데도 이것마저 반대한다면 의료 취약지의 국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의사들은 지금이라도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로 진료거부 운운할 일 아니다. 정부도 이해관계자의 반발에 굴복해 계획을 수정하거나 철회해선 안 된다.